남강 우상기화백(우석대 명예교수)이 7일부터 13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여덟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는 저마다 사는 집을 통해 행복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집은 보이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큰 소나무가 이들 집 주위에 울타리가 되어 사람들의 화합과 사랑을 이야기 한다. 한자 ‘집우(宇)’, ‘집주(宙)’에서 보듯 집 자체가 바로 우주라는 인식의 깨침이다. 그에게 우주는 존재 자체이고, 모든 존재가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인 셈이다. 물론 그림의 바탕에 깔린 정신세계는 동양적 사유체계에 맞닿아 있다.
작가는 2022년부터 마음의 집을 그렸다. 개발로 인해 파헤쳐진 흙더미 속으로 아련한 추억마저 매몰되어가는 아쉬운 고향의 옛 모습을 소박하고 정겹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엔 코흘리개 적 따사롭던 언덕과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아늑한 고향의 여운이 진하게 배어 있다. 또, 오묘하고 측정할 수 없는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양한 집은 크기가 모두 다르다. 바로 서기도 하고 뒤집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작가는 이같은 표현 방식을 '다각시법(多角視法)'이라고 명명했다.작품 속 집들은 모두 함께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으며,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많은 집들을 뭉뚱그려 놓은 것이다. 집들은 다들 비슷하지만 무척 다르다. 집은 화려하거나 대궐같이 웅장하지 않다. 사람은 누구랄 것 없이 평등하다. 그래서 작가의 집은 평등하다. 다각시법으로 하여 인간의 동등함도, 각기 다른 삶의 모습도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집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작품 속의 집은 곧 작가이다. 그 집들은 그 어떤 집과도 닮아 있지 않음은 곧 그의 작품이 다른 이들과 다름은 물론 매번 스스로의 것들과도 다름, 바로 그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낸 다각시법은 곧 작가이다.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닌 해석하는 것이다. 묘사는 보여지는 것을 그린다면 해석은 전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리라.
작품 '인연'은 실낱처럼 엮어진 관계를 살펴보는 작품이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 쉬고 있다고. 톨스토이는 단편 '세 가지 질문'에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할 일은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 소중한 인연을 기반으로 톨스토이 말대로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리라. 물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면서.
'정토'는 가로 6미터 30cm에 세로 1미터 62cm의 대작이다. 맑은 세상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의 행복 추구를 담았다. 작가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등 무욕의 세계가 가장 큰 행복이라고 갈파한다. 물을 머금고, 바람을 싣고, 자연을 품고, 속세에 찌든 사람들에게로 온 그의 화폭은 신비로움으로 아득하게 느껴진다.
오방색은 조화로움의 상징이며 에너지와 생명력을 의미한다. 진한 청색 색면 등에서 예시되고 있듯이, 모노크롬적 색면의 기저엔 묵의 두터운 하부층이 상존하는 것인 만큼 그 위에 덧칠효과로 발색되는 상부충의 다양한 색채들이 실체를 현상학적 측면에서 더욱 강하게 인식시킨다. 그러한 문맥에서 그의 예술적 사상은 생성학적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그는 풍경을 즐겨 그리는데 마치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자연풍광 속에서 쉽사리 황홀경에 빠진다. 따라서 그가 대략적인 스케치도 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묘사해나간 에게서 서투름보다는 오히려 이미 정제된 자연스러움이 감지된다. 석채의 경우에도 그렇다. 그는 여러 번 정교하게 덧칠해야만 하는 이 재료의 사용상의 어려움을 자신의 꼼꼼한 성격으로 이겨내고 있다. 화려한 색상의 발색 효과를 가능하게 하는 재료의 장점 때문에 그의 황홀경은 더욱 선명하게 각인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까다로운 석채 작업을 장지와 먹의 조화로 이뤄낸 화면이 더욱 곱고도 청아하다.
소박하고 인정 많은 우리네 풍경 속에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담아온 우교수는 이번에 조금 더 대담한 화면 구성과 중후한 무게감을 더해 보는 이의 지난 향수를 부른다.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변화가 눈에 띄지만 화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록 구상과 추상의 모든 세계는 오묘하게 들어가 있다. 꼼꼼한 묘사보단 화면의 짜임새를 다룰 줄 아는 그의 필력이 더욱 더 매혹적이다.
시나브로, 고즈넉한 고향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단순한 듯 하면서 과감한 면 구성으로 따뜻한 느낌마저 뿜어내는 그림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고향이 된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는 그의 작품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한국화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집이다. 인생은 집을 잘 관리하는 일 이다면"서 “빛바랜 흑백사진첩 속 고향의 심연을 공허하고 빈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 담고자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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