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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99> 고용부의 '호남지방을 다니며(南征賦)'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99>  고용부의 '호남지방을 다니며(南征賦)'


조선후기 전라도 임피현 출신(임피 술산 죽봉마을로, 현 대야면 죽산리 탑동마을)의 유학자로 알려져 있는 죽봉(竹峯) 고용집(高用輯, 1672~1735)선생.

그는  제주고씨 문충공파 사직공계로 전북의 숨은 유학다다. 조선 후기 유학사의 한 획을 그은 율곡 이이의 학풍을 계승한 한훤당 김굉필,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로 이어지는 서인(西人) 학맥의 한줄기다.

'죽봉집(竹峯集)'은 당대 숙종‧영조 년간의 정치사, 임피현의 지역사, 시(詩)‧부(賦) 등에 남긴 문학사적 측면 등 다방면에 걸쳐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그의 선대는 고려시대 옥구 지역의 명문(名門)인 문충공(文忠公) 고경(高慶)의 후손이다. 

'고용집' 권1의 '민기부(悶己賦)'는 상중에 쓴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주가 된 고용즙의 심 정을 그리고 있다. 부친은 특히 용모․언행․문장이 뛰어났고 가족이나 사회에 공헌한 바가 많았다. 과거에는 실패하였으나 전원에 뜻을 두어 정자를 짓고 못을 파며 국화와 버들을 심어 은자답게 살아가다가 고용즙이 28세 때인 1699년 9월에 병석에 눕게 되고, 온갖 약 에도 효과가 없어 다음 달 10월 25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 뒤에 슬픔이 극에 달하여 사방 을 두루 돌아다니고 여러 풍수(風水)를 맞아 묘지를 정하여 다음 해 2월 14일에 안장하는 효자 고용즙의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때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글 한 구절을 소개한다.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장차 누구에게 의지할까. 하늘에 부르짖으니 삼광(해와 달과 별)이 빛을 잃고, 땅을 치니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듯하고, 가슴을 치니 뼈가 부러지는 듯하며, 눈물을 뿌리니 피가 흐르는 듯하는구나"

또, 지은 년대를 알 수 없으나 부채의 여덟 가지 덕목을 읊은 '팔덕선부(八德扇賦)'가 있다. 천지의 운행과 질서에 따라 사람들에게 길일과 흉일을 가려서 때를 살피고 경계할 것을 알리는 '역서부(曆書賦)'가 있다. 

호남지방을 다니면서 지명의 이름에 얽힌 의 미를 낱낱이 풀이한 '남정부(南征賦)'도 있다.

선생은 여행과 풍류를 즐겨 이를 지어 호남지역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각 고을의 특색 있는 지명의 기상을 읊은 바,  호남의 지명이 들어간 최초의 작품 같다.

그 뒤의 임영(林泳)의 '호남부(湖南賦)'와 강후석(康侯錫)의 '호남시(湖南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전북 고창의 명창인 신재효가 판소리 '호남가'의 가사를 완성 짓는데 기본을 다졌을 것이란 시각이 상존한다.

무심코 보는 선생의 '남정부(南征賦)'를 통해 호남지역 지명의 뜻과 역사, 아름다움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 그의 구구절절한 애민정신을 전북특별자치도 곳곳마다 널리 알려야할 때이다.

고용부의 '호남지방을 다니며(南征賦)'

조선에 팔로(八路)가 있으니 호남 고을이 가장 아름답도다.
삼림이 어지러이 늘어선 정읍(井邑)이요
산이 웅장하게 솟은 나주(羅州)요
높은 산 천 길이나 되는 고산(高山)이요
땅이 만경창파 같으니 만경(萬頃)이라.
강이 산을 띠로 묶은 것 같으니 강진(康津)이요
고을에 금탕(좋은 샘물)이 있으니 장성(長城)이요 
아름다운 구슬이 쏟아지니 보성(寶城)이요
기이한 재화가 많이 생산되니 능주(綾州)라 해남(海南) 땅은 아름답고 수려하며 옥구(沃溝) 땅은 하늘이 내린 비옥한 땅이로다

青邱有此八路槩湖南之為最
紛井邑之森列壯羅州之分峙 
翠千仞之高山浩萬頃之滄江
東襟帶於康津奠金湯於長城
明珠出於寶城奇貨産於綾州 
地海南而佳麗土沃溝之天府 

김제(金堤)는 물을 막아 제방을 쌓아 세웠고 진도(珎島)는 나라를 지킴에 아름답도다. 전주(全州)는 자물쇠로 잠가 놓은 듯 온전하고 
곡성(谷城)은 높은 성 우뚝 솟으니 보루로다
익산(益山)은 산천이 더욱 빼어나게 맑고 다시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니 무장(茂長)이라 
영광(靈光)은 신령한 빛 길러 모아 내었고 많은 선비 일어나니 장흥(長興)이로다 화순(和順)은 온화하고 순함을 쌓으니 명예가 발하고 
흥덕(興德)은 덕과 의로움을 일으켜 절개가 굳도다
순천(順天)은 천성의 바탕이 순하고 임실(任實)은 실지를 맡아 실천을 하는도다

金堤堅於畜水珣島美於衛邦
全州完以鎖鑰谷城屹而堡障 
益山川之秀朗更樹木之茂長 
靈光毓其鍾出多士蔚而長興 
積和順而發英興德義而勵節
順天性之禀質任實地之立脚 

구례(求禮)는 전라도의 어진 선비들이 뜨고 조용히 용담(龍潭)에서 구름 바라보네 임피(臨陂)에서 길게 휘파람 불고 
왕실을 보호하기로 맹세하니 부안(扶安)이요 
어지러이 배 타고 제주(濟州)로 가니
다만 귀하기가 여산(礪山) 같도다 건도(하늘의 도)는 양(陽)에서 시작하니 흥양(興陽)이요
백성을 편안케 하는 성덕에 힘쓰니 무안(務安)이로다
천지의 큰 인을 열었으니 태인(泰仁)이요 창평(昌平)에 나아가니 세상이 태평하도다 백성들 돌아와 복종하며 모두 기뻐하니 함열(咸悅)이요 
바다에 파도가 치지 아니하니 매우 고요하매 대정(大靜)이라 하였노라

求禮羅之弋賢幾龍潭之得雲
轍長嘯於臨陂誓王室之扶安
繽為舟於濟州儘若金於礦山
翊興陽之乾道贊務安之聖德 
闢泰仁之天地階昌平之烟月
民歸服而咸悅海不揚而大靜 

나라의 형세 견고하니 진안(鎮安)이요. 세상의 도 화순하니 순창(淳昌)이로다
동복 정자에 잔치 베풀고 평안하니 함평(咸平)이요 
건강하게 장수하는 땅이니 고창(高敞)이라
만 백성이 다 같이 복 받으니 동복(同福)이요 
영화를 다 같이 누리니 낙안(樂安)이로다 집안에 충신 효자 많이 나니 정의(旌義)요
집집마다 의관 정제하니 광주(光州)라
물과 별을 찾아가서 기록하니 담양(陽)이요 신령스런 바위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니 영암(靈岩)이로다.
용이 서린 옛 못에 머무니 용안(龍安)이요
매가 날아오르는 옛 언덕 남아 있으니 고부(古阜)라 지칭했노라

國勢固而鎮安世道和而淳昌
設春臺而咸平回壽域而高敞
同福祚於萬姓安榮之共享 
門忠孝而旌義戶冠盖而光州
因潭陽而往記倚靈岩而遐覜
留舊澤於龍安餘古阜於鷹揚 

좋은 운수 만나 오래도록 평안하니 장평(長平)이요
햇빛 더욱 찬란하니 광양(光陽)이라.
남쪽 언덕에 아름다운 초목 무성하니 남원(南原)이요
수정처럼 빛나니 진산(珎山)이로다.
봄에 못물 오래도록 가득하니 장수(長水)요
여름 산봉우리에 구름 너무도 기이하니 운봉(雲峯)이라
황금빛 풀 찬란해 붉게 빛나니 무주(茂朱)요
아름다운 과일 많고 향기로운 화초 무성하니 옥과(玉果)로다
누런 벼가 들판에 가득하니 금구(金溝)요
단풍나무가 아름다운 산을 붉게 물들이니 금산(錦山)이라
50개의 성을 가리켜 모두 설명했으니 긴 봄날의 신선처럼 더 없이 기쁘도다

得熙運之長平有光陽之益亨
蔚南原之芳草耀珎山之晶英
春長水之滿澤夏雲峯之多奇
金芝燦而茂朱玉果錯而芳菲
晩稻黃於金溝楓樹丹於錦山
指五十之諸城慶仙李之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