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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조율이시’ 과일은 자손의 번성과 희망, 위엄 상징

조선 성종 이후 관혼상제의 규범으로 삼던 주자(朱子)가례천신례(薦新禮)’가 나온다. 세시풍속절에 음식을 바치는 의식이다. 이 천신례를 중국식 다른 이름 차례(茶禮)’로 부르면서 ()’를 올리지 않는 차례상 풍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음식은 동쪽, 흰 음식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는 씨가 하나여서 왕, ()3톨이 들어 있어 3정승, ()는 씨가 6개여서 6판서, ()은 씨가 8개여서 조선8도라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그럴듯한 사자성어는 후대 윤색된 것이지만 말이다.

 

전통적으로 제사에 쓰는 과일은 대추, , , 감이다. 그 이유는 이것들이 대체로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추는 원래 암수 한 몸인 나무로, 나무 한 그루에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린다. 따라서 자손의 번성함을 의미한다. 또한 대추씨는 통씨여서 곧 절개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을 의미한다. 그래서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제물이다.

 

밤의 경우 다 자라고 난 뒤 죽은 밤나무를 캐보면 처음 싹을 틔웠던 밤톨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 이런 밤을 차례상에 올리는 이유는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한다.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고 있고,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또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물로 쓰인다는 설이 있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줄기 속에 검은 진액이 없고, 열매가 열린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검은 진액이 들어 있다. 이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 부모의 아픔과 비슷하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놓는다.

 

차례상 맨 앞줄에 대추, , , 감 순으로 과일을 놓는 이유에 대해 또 다른 설이 있다.

 

먼저 대추는 씨가 하나라 임금을 뜻하니 처음에 놓고,

밤은 한 송이에 밤톨이 3개가 들어 있어 3정승을 뜻하니 두 번째에 놓고,

배는 씨가 6개라 판서를 뜻하니 세 번째에 놓고,

감은 씨가 8개라 8도 관찰사를 뜻하니 네 번째로 놓는다는 속설이다. 하지만 이것은 항간에 떠도는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