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무늬를 놓아 독특한 치장을 한 벽체나 굴뚝, 합각(지붕 위 용마루 옆면에 삼각형 벽으로 꾸민 부분), 담장의 통칭으로 쓰고 있는 꽃담은 집주인의 성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초청한다. 꽃담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도 소망한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그래서 우리네 전북인의 마음씨를 꼭 빼다가 닮았다. 임실 지역엔 전통 꽃담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정 문화재가 아닌 까닭에 삼계면 녹천재 꽃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원형 훼손이 심각하다. 지난 7월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한쪽 담장이 완전히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삼계면 녹천재는 꽃담이 몇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등록문화재 또는 임실 향토문화유산 지정이 절실하다. 신평면 영모재 역시 비문과 꽃담만 남아 훼손의 우려가 크다. 오수면 용정리 용정(龍井)마을 회관 바로 건너편 '옥봉(玉峰)고택'의 아름다운 합각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은 꽃담 가운데 건축 연대가 건물 밖에 보이는 건축물로 유일하다. '갑(甲)'자와 '자(子)'자 사이엔 반가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지만 최근들어 원형을 상실, 상당히 아쉽기만 하다. 꽃담의 비지정문화재 긴급예산 지원 등 보존 대책을 강구하고 등록문화재 지정, 또는 시군향토문화유산 지정 등의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전북이 대한민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꽃담 1번지이지만 관광자원화가 되고 있지 않고 실생활에 활용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필자가 전국의 꽃담을 찾아 20여년 동안 발품을 팔아 답사한 결과 현재 서울(11곳), 경기도(7곳), 강원도(2곳), 충청도(10곳), 전북(36곳), 전남(5곳), 경상도(15곳)로 확인됐다. 이처럼 전북이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꽃담을 간직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등록문화재 등)로 지정된 것은 단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체계적인 실태 조사가 절실하며, 이에 따른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관계 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다양한 선의 굵기와 모양 등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임실 사선대의 꽃담은 와편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임실 신평면 영모재의 꽃담도 사라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건물이 모두 헐리고 담장만 덩그렇게 남아 있는 만큼 얼마나 더 버틸 지 위태위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꽃담은 전국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는 걷고 싶은 길의 새로운 테마가 될 것이 분명할 이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전북 소개 달력으로 활용됨은 물론 다큐멘터리, 간행물, 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의 부재료 및 주재료의 소재 등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전북의 꽃담은 흙으로 만든 문화유산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콘텐츠로 충분히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보존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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