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동불암(東佛庵)은 동불암(銅佛庵)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9일 고창학연구회(사료조사위원 오강석)는 선운사 마애불로 잘 알려져 있는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東佛庵址 磨崖如來坐像)’의 동(東)을 동(銅)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1994년 보물로 지정된 이 마애여래좌상은 고려 공민왕 때 면상(面像)에 구리 주물을 씌워 동불이 되었다. 이때 눈비를 맞지 않도록 얼굴 위쪽에 청자기와를 올린 보호각을 설치하고 불상아래에 하도솔암(下兜率庵)을 지었으며 동불과 암자를 아울러 속칭 동불암(銅佛庵)이라 불렸다. 이 동불은 1648년에 태풍으로 면상에 씌운 구리주물이 떨어져 파괴된 뒤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1969년 5월 28일 한 나무꾼이 발견, 신고하여 역사의 전면에 재등장했다.
선운사 도솔암 서쪽 5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이 마애여래좌상은 높이 15.7미터 무릎 너비 8.5미터의 국내 최대 마애불상이다. 길가에서 보면 절벽 위쪽에 얼굴이 훤히 보인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손화중포 무장 동학도들이 이 마애여래불의 복장 비결을 꺼낸 사건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 불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문화재로 신고하는 사람이 없었던 때문. 신고를 접수한 담당자가 나무꾼이 말하는 동불암의 동(銅)을 음이 같은 동(東)으로 오기했다는 것.
이 마애여래좌상은 신고 직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994년에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高敞 禪雲寺 東佛庵址 磨崖如來坐像)’이라는 명칭으로 보물로 지정되었다. 문화재로 등재할 때도 오류를 수정하지 못한 이유는 문헌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보물로 지정되는 과정 또한 발견만큼이나 허술했다고 지적한다.
선운사에서 동불암과 관련이 있는 시설은 선운사, 내원궁, 도솔암이다. 동불암(東佛庵)이 되려면 마애여래좌상의 위치가 어느 기준점인가의 동쪽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동(東)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문헌조사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 당시에 『송사지』와 『전선원무장읍지』 등 여러 문헌에 동불암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었으므로 문헌조사를 시행했다면 어렵지 않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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