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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완주 만마동 시<황위>

말마동에서 잠을 자다

골짜기 어귀에 길 가던 사람은 끊어지고
산머리에 들불이 밝도다.
저 멀리 외로운 주막을 찾아
삼경(三更)이 되자 투숙하네.

전주 새벽길

나룻가에 사람 말소리 일어나고
나그네는 새벽길 찬이슬을 맞으며 그 길을 재촉하니,
먼 산은 점점 가까이 보이고
희미한 길이 분명해지니 기쁘구나.

말마동에서 야숙(夜宿)하며 

해가 저물어 외로운 객점에 투숙하니
띠로 만든 처마는 눈 위에 비친 달빛 좋구나.
찬 구름이 바위 밑에 묵으며
차가운 산골의 물은 이 밤이 깊도록 운다.
골짜기 풍속은 외인이 오는 것을 꺼리어
마을 아이 손님을 보고 깜짝 놀라도다.
도원(桃源)이 멀지 않음을 잘 아니
시골 초막에 함께 살 것을 결심했네.

'말마동'은  상관면 용암리 남쪽 만마동인 듯하다.
'삼경(三更)'은 하룻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눈 셋째 부분이다. 이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를 말하며, 십이지시로는 자시(子時)에 해당된다.
'도원(桃源)'은 복숭아가 피는 무릉도원의 준말로, 도연명(陶淵明)의 유명한 산문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유래했다.
'도화원기'는 진(晉)나라 때 무릉의 한 어부가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숲 속의 물길을 따라갔다가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하여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화원기'는 동양적 이상향(理想鄕)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유명하며, 서양적 이상향을 보여주는 토머스 모어(Thomas More)의 '유토피아'와 비교해 볼 때 한 가지 선명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서양의 이상향이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유토피아'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실존하기 불가능한 완벽한 곳임에 비해, 동양의 이상향은 지금도 중국 어디에 있을 것만 같은 아주 소박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들 시는 황위(黃暐.1605~1664)의 '당촌집(塘村集)' 나온다.
그는 명재상이자 청백리로 명성이 자자한 익성공(翼成公) 황희(黃喜)의 후손이다. 
사마(司馬) 문과(文科)를 거쳐 기성서윤(箕城庶尹)에 이르렀으며,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남원에서 창의한 지사였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남원 풍계사(楓溪祠)에 제향됐다. 저서로 역대 충절인들의 사실을 모은 '정충록(旌忠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