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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한국화가 청곡 권병렬, 전북 최초로 100세 기념전 개최

                                                                                     이철수 사진가 촬영


한국화가 청곡(靑谷)  권병렬(權柄烈)선생(1924년~)이 15일부터 28일까지 전주 KBS갤러리에서 100세 기념전 ‘기운생동(氣韻生動)’을 갖는다. 이는 전북 최초로 갖는 100세 기념전이다.
탄탄한 전통의 기반 위에서 수묵화 작업을 펼쳐내고 있는 작가는 이전의 작품과 함게 최근의 작품 등 모두 21점을 선보인다. 자신의 그림 세계와 관련해 '박(朴)·고(古)· 경(硬)' 3가지를 염두에 두었단다. 순박·질박·소박하고, 예스럽고, 굳센 기상을 말한다. 붓이 흐느적거리면 생동감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며 굳센 기상(硬)에 힘을 줬다. 그가 좋아하는 말도 그래서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익산출신인 작가는 가람 이병기 선생과의 인연을 이야기 했다. “가람의 고향이 인근 여산이었으며, 가람 선생이 전북대 교수로 내려온 후 막걸리로 어울렸다” 그가 쓰고 있는 '청곡'이라는 호도 가람이 붙여줬다”고 했다. ‘푸른 계곡’처럼 푸르게 살라는 의미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고 했다. 익산 망성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혈혈단신 일본 유학을 떠난 것도 그의 소질을 알아본 일본인 담임교사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일본 유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본격적으로 그림에 전념한 것은 교직을 물러난 후였다. "일본에서 그림을 공부했다면 지금 파리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림 전공을 안해 고향에서 살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강가에 선 나무와 풀들은 다가올 아침 해를 묵묵히 기다리고 섰다. 겨울의 얼어붙은 강은 봄을 기다리며 멈춰서 있다. 이에 질세라, 절 주변에 우뚝 솟은 삼나무는 묵묵히 눈을 맞으며 강한 자태를 뽐낸다. 얼키설키 풍광에 ‘세월의 낚싯줄’을 곱게 드리운 채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아름다움이 머물다가는 지리산너머의 계곡, 흐르는 물소리는 한굽이를 돌 때마다 ‘설국(雪國)’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새들이 노래하는 잔뜩 구름 낀 하늘, 웅장한 작가의 지리산은 분명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작업은 실경의 기본 덕목에 잘 부합하는 진지한 표현과 현장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주변의 풍광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원근을 구분하고 명암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등 수묵 자체의 분방하고 경쾌한 복합적인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그 화필은 지리산처럼 건강하고 건실하다. 날마다 산물에 붓을 빨고 산바람에 붓을 말리는 작업을 피가 나게 한다. 설경, 화조 등 작품 마다 성정만큼이나 수려하고 단아해 보인다. 평소 작가의 생활 철학이 그러하듯이 온화한 맛이 끌어 당긴다. 붓 끝에 묻어난 자연의 형상이 매사를 깊이 있게 살아가고 있는 삶의 조화를 읽게 한다. 전통 수묵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과 색이 어우러져 서정적인 이미지로 자연의 희노애락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름 아니다. 이에 따라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재현한 이미지는 자연이 담고 있는 무수한 에너지 즉 생명의 순환과도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선비정신의 운필과 용묵을 강조하는 작가는 경기전 대나무처럼 삼백예순다섯날 탄탄한 전통의 기반 위에서 수묵화 작업을 통해 향수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가는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일본 히로시마미술관 초대전과 프랑스 초대전, 한국회화조명특별 초대전을 포함, 각종 단체전과 개인전을 갖고 있다. 저서로 ‘추초(秋草)’와 ‘전주예술’ 등을 펴낸 가운데 전국한지공예대전을 전주에 유치하는데 기여했으며 한국예총 전주시지부장을 맡는 한편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온 공적을 인정받아 목정문화상을 받기도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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