솝리(솜리)가 이리(裡里)가 된 사연
얼마전 페북에 익산의 옛이름인 '솝리(솜리)'는 "속에 감춰진 곳"이라고 소개한 바 있었다.
그리고 "감춰진 곳(솜리)"에 동네 이름에 '검을 묵(墨)'자가 들어가는 '묵동(墨洞)'도 또한 "속에 감춰지고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야말로 "숨기에는 이상향인 곳이다"라고 소개한 바 있었다.
'솜리'는 조선시대 '최세진'이란 학자 쓴 '훈몽자회'를 보면 표기할 때는 순우리말로 '솝리'라고 표기하고 발음은 '솜리'라고 읽었다.
그런데 '솝리'의 유래를 찾아보자면 한자 중에 "속 리(裏)"라는 글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자 "속 리(裏)"는 우리말 고어로는 '솝리'라고 하며 "안쪽" 즉 보이지 않는 이면(裏面)이라는 뜻이다. 즉 이면(裏面)은 사전적으로는 보이는 면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보이지 않는 면(속) 또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뒷면을 가리킨다.
옛날에 '이리(裡里)'를 우리말로 '솝리'라고 불렀는데(공식 지명은 아니었음) 일제강점기 한자 지명 정책으로 순우리말인 '솝리'를 한자로 의역하는 과정에서 즉 '감춰진 마을' 이라는 한자 '속 리(裏)'자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 '속 리(裏)'자와 동일한 한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리(裡里)의 '이(裡)'자도 '속 이(裡)'자로 같이 쓰이다 보니 '속 리(裏)' 자보다는 '속 이(裡)'자가 쓰기에 편리하여 '속 이(裡)'자에다 '마을 리(里)'를 더하여 '이리(裡里)'라는 지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 '솝리(솜리')라는 곳은 평야지대로 감춰진 곳이라 부르기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으나,
솝리는 낮은 지대로, 서쪽으로는 배산이, 동쪽에서는 미륵산이, 북쪽에는 함라산이 감싸고 있으며,
남쪽에서는 만경강 갈대숲의 우거진 곳에서 보면 멀리 아늑한 감춰진 곳으로 보였던 것 같다.
아니면 익산의 중심부에 있는 소라산에는 '솔밭안'이라는 뜻을 가진 '소라단'이라는 마을이 있다.
소라단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니 소라단에서 ''숲속에 가려진 마을''이라는 '솝리'라는 지명의 유래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분께서는 대나무 숲이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마 구룡마을 대나무 숲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구룡마을의 이름이 구룡보다는 솝리와 연관이 있는 마을 이름이 생겨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구룡마을은 미륵산 인근에 소재하며 개화기 익산의 중심에서 너무 외곽에 있는 마을로 당시 익산을 상징하는 지역명으로 사용됐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대나무(구룡마을) 숲이던, 갈대(만경강) 숲이던 아니면 소나무(소라단) 숲이던 숲으로 우거진 동네였기 때문에 숨겨진 곳이라는 뜻의 '솝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거 같다.
그래서 감춰진 마을이라는 솝리(솜리)가 된 것이고, 이게 일제시대에 "감춰진 마을"을 뜻하는 '이리(裡里)'라는 한문으로 의역된 것이다.
모든 분들의 편안한 날을 기원하며 이화구 올림
이화구추천 0조회 52420.04.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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