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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서예가 백종희, 6년째 전주시에 입춘첩 재능봉사



서예가 백종희씨, 6년째 전주시에 입춘첩 재능봉사

중견서예가 백담 백종희(한국서예교류협회장)씨가 입춘(4일)을 앞두고 시민들의 안녕을 생각하며 쓴 ‘입춘첩(立春帖)’ 2,022장을 전주시에 기증했다.

최근 32일동안 그가 쓴 글씨는 모두 9,000여 자에 이른다. 더욱이 이례적으로 낙관까지 찍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도장을 찍는데 걸린 시간만도 이주일 남짓 됐다는 설명. 이 과정을 거친 입춘첩은 전주시가 관내의 기관과 단체를 통해 주인공을 찾아줄 예정이다.

“24절기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입춘은 예로부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 등 다양한 입춘첩을 써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면서 봄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전주시민 한 명 한 명이 어려운 시국을 극복하고 올 한해 좋은 기운과 경사스러움이 가득하기를 두손 모아 기원하면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내려 갔습니다”

작가는 앞선 2017년엔 2017점, 2018년엔 2018점, 2019년엔 2019점, 2020년엔 2020점, 2021년엔 2021점을 시에 기증한 것. 2019년의 경우 모두 3,000점을 휘호해 전주 시민과 칠불사 신자들에게 나눔을 실천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건양다경의 한자 세울 건(建) 대신 사람 인(人) 부수를 덧붙여 건강할 건(健)으로 한자를 바꾼다고들 하지요? 세상 사람들이 이제는 건강을 앞세워 간절한 바람을 소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매년 정월이면 ‘입춘첩(立春帖)’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입춘첩은 상서로운 한해를 위한 자기 다짐용 글귀로도 훌륭하다”고 귀띔한다. 이어 “설령 어릴지라도 집안에서 붓을 들어 글씨를 쓸 줄 아는 아이라면 입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작가는 대뜸 추사 김정희의 일화부터 꺼낸다. 추사의 어린 시절 여섯살 난 어린 아이가 입춘서를 썼다는 내용이다. 이는 가장 센 양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집안의 어린 아이를 통해 복을 받으려는 마음의 의지를 나타낸다.

“입춘 절기의 의미를 되살려 ‘입춘첩 부치기’라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국민의 건전한 세시문화 분위기로 정착시켰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는 미신적인 행사가 아니라 ‘생활의 미학’인 셈입니다. 입춘첩을 받아 즐기는 관람자들의 표정에는 미더움과 두려움이 공존해 있습니다”

작가는 입춘첩은 단지 복을 부르고,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기원 외에도 자신이 자손에게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 살아있음을 과시하는 자랑하는 우리 문화 DNA로 믿고 있다. 그는 한번 붙인 입춘첩은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 그 위에 새로 적은 입춘첩을 덧붙여야 효염이 크다고 한다.

작가는 한국서예교류협회장,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전 등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미술상 문체부장관 표창,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전라북도 한글발전 유공자 포상 도지사 표창, 친절봉사대상을 받았으며, 전주시 대표 관인 10종을 비롯, 전라북도, 완주군 및 의회 등 관인을 작업했으며, 한옥마을 마루달, 전동성당 문패, 안덕마을 요초당, 선운사불학승가대학원과 다작가 편액 등을 휘호하기도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