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새통

'눈내린 길 함부로 걷지 마라: 산운집(지은이 이양연, 출판 소명출판)'은 담백한 시어, 뛰어난 발상과 감각

'내린 길 함부로 걷지 마라: 산운집(지은이 이양연, 출판 소명출판)'은 담백한 시어, 뛰어난 발상과 감각, 산운 이양연의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산 아래 구름 우레 잠겨 있으니 세상에선 오늘은 비내리겠네. 밭일 하는 집에선 기뻐할게고 먼 길 가는 길손은 근심하겠네.('적상산에서 산 아래 내리는 비를 보다')' 적상산(赤裳山)은 무주군 적상면에 소재한 산으로 높이 1,038m이다. “이 산은 암벽이 붉고 가을에 단풍이 들면 온 산이 마치 여자가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하여 적상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산 위에서 저 산 아래의 풍경을 바라본다. 산 아래가 잔뜩 구름과 우레에 잠겨 있으니 오늘 빗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질 것 같다. 다같은 비겠지만 농군에게는 반가운 손님일 것이고, 나그네에게는 귀찮은 불청객일 것이다. 산 위에서 보니 세상사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속절없고 부질없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천둥 벼락이 치거나 간에 저 산 위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그동안 너무나 자질구레한 일들에 얽매여 살아갔구나.

'답설(踏雪)’의 시는 서산대사와 김구가 아닌, 산운 이양연(李亮淵, 1771~1856)의 ‘야설(野雪)’로 확인됐다. 이 시는 서산대사나 김구 선생의 시로 알려져 있으나 와전된 것이다. 산운의 이 두 편의 시는 내용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산운(山雲) 이양연(李亮淵, 1771~1856)은 조선 후기에 활약했던 뛰어난 시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진숙(晉叔)이며, 호는 임연재(臨淵齋)ㆍ산운(山雲)이다. 평생 변변찮은 벼슬에도 오르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그의 시는 200여 편에 불과하지만 조선의 어떤 시인보다 우수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주로 5언 절구와 5언 고시에 특장을 보인다. 전고(典故)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담백한 시어를 써서 뛰어난 발상과 감각으로 새로운 시세계를 구축했다. 전통적 한시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 조선적인 한시를 구현했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양연의 시는 기본적으로 삶의 통찰에서 나온 비애와 우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민요시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민중시 등이 유명하다. 또, 유람을 즐겨했는데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회고적이고 애상적인 기조로 그려냈다. 대중들에게는 서산 대사나 김구 선생의 시로 알려진 '야설(野雪)의 작가로 유명하다. 이 시를 읽으면 자세한 설명 없이도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대표작인 이 시는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