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명(小硯銘)
이규보
아! 벼루여! 벼루여!
그대가 작지마는 그것이 그대의 부끄러움은 아니네.
그대가 비록 한 치 정도밖에 안 되는 웅덩이지만
그대는 나의 무궁무진無窮無盡한 뜻을 쓰게 했네.
(사실 고백하건대 그대에 비해)
나는 비록 키가 여섯 자나 되지만
나의 ‘모든 일’은 그대를 빌어서 이루어졌네.
아! 벼루여!
나와 그대는 사는 것도 죽는 것조차도
함께 할 운명이네.
(연호연호 硯乎硯乎
이마비이지치 爾麼非爾之恥
이수일촌와 爾雖一寸窪
사아무진의 寫我無盡意.
오수육척장 吾雖六尺長
사업차여수 事業借汝遂
연호오여동귀硯乎吾與同歸
생유시사유시生由是死由是)
이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卷 제19에 나옵니다.
벼루와 붓의 도움을 받아 쓴 글로 일생을 풍미한 이규보가 만년에는 신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인 상국(相國)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마운 이웃이 어디 벼루나 붓(을 만든 분 포함)뿐이겠습니까?
고마운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먼저 음식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고마움부터 간절히 새기노라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에 대해 온몸으로 고마워하는 동시에
제때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때가 반드시 오겠지요.(댓글에서 발췌)
하지만 세상사, 좀처럼 오지 않는 행운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버려지면 돌(捨則石)
사용하면 그릇(用則器)'
이는 권필의 '석주집(石洲集)'
에 나오는 '고석당명(古石鐺銘)'입니다.
버리면 돌, 쓰면 그릇이라고 한 바,
나는 돌인가요, 그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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