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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한국의 정원과 정자




한국의 정원과 정자

한국의 정원을 거닐면서 쾌랑쾌랑한 선비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월궁 용궁 선계가 모두 펼쳐진 광한루에서는 지구촌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빕니다.

수면 위에 비친 그림자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복궁 경회루와 아미산에서는 술잔에 시 한 수 읊고픈 심정입니다.

끝없이 말고 구김살없는 동해의 의상대, 연못속에 아롱거리는 달을 감상케한 선교장 등을 통해서는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삶을 갈망합니다.

남원 광한루에서는 토끼 한마리를 건물에 새겨놓고 월궁에 닿고 싶어했던 옛 사람들의 욕망을 감히 저도 꿈꾸곤 합니다.

전통 정원의 연못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방지원도형 연못입니다. 방지원도형 연못의 형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하는 고대 동양인의 우주관이 투영돼 있습니다.

천원지방이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뜻이지만, 이 말 속에는 음양, 천지, 건곤, 상하, 동정이라는 우주 만물의 존재와 운행의 이치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방지원도형 연못은 바로 지상에 구현한 우주적 이미지입니다. 연못은 연지(蓮池)라는 말 자체에 이미 답이 나와 있듯이 연꽃과 밀접하게 관련 돼 있습니다.

옛 정원, 특히 궁궐정원이나 낙향한 사대부들의 별서정원(別墅庭園)연못에는 연꽃이 없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왕공 사대부들이 연꽃을 애호했던 이유는 연꽃이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의 면모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이 유명한 까닭입니다.

담양 식영정의 '식영(息影)'은, 식적(息迹)과 휴영(休影)의 준말로 철학적인 말입니다.
" 그림자조차 쉬게 한다", " 그림자조차 끊는다" 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식영 정신은 바로 허상을 버리고 사물의 본성을 깨닫는 성(誠)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구례 운조루(雲鳥樓)도 담양 식영정의 의미와 통합니다.

운조루는 일종의 택호에 해당합니다.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운조루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라는 칠언율시의 머리 글자만 따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운무심이출수 (雲無心以出岫) :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조권비이지환 (鳥倦飛而知還) : 새들은 날기에 지쳐 우리로 돌아오네.

오늘, 소쇄원에서 맑고 깨끗한 기운을, 윤증고택 정원에서는 누마루에 앉아 산중 정취에 젖어들곤 합니다.

시나브로, 명옥헌 정원 배롱나무 꽃사이로 무릉도원이 그윽히 펼쳐집니다.(글 이종근, 명옥헌 그림 홍성모. 윤증고택 정원과 꽃담 이종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