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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2020년 경자년(庚子年), 전북 민속으로 만나는 쥐


2020년 경자년(庚子年), 전북 민속으로 만나는 쥐


한국조폐공사는 2020년 쥐의 해를 앞두고 ㈜풍산화동양행과 함께 `2020년 경자년(庚子年) 12간지 기념메달'을 출시했다. 12간지의 경(庚)은 흰색, 자(子)는 쥐나 자녀를 뜻해 2020년은 흰색 쥐의 해로도 풀이된다. 어둠속에서 잉태된 만물의 씨앗이나 다산(多産)과 관련이 있어 새해는 번영과 번성의 해를 의미하기도 한다. /편집자주



 




최북의 서설홍청(간송미술관)



최북(무주출신이라고 전함)의 ‘서설홍청’은 쥐가 붉은 순무를 갉아먹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저자는 설치류의 대표 격인 쥐가 복의 상징인 순무를 갉아대는 것은 복락을 집안에 들여쌓으라는 기원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무 하나 쏠아대는 것이 저 쥐한테는 어쩌면 절체절명의 요긴한 생존이자 생업일 수도 있으니 그걸 바라는 마음에 가만한 긴장이 서리는 것도 가만한 재미라면 재미다”라는 문장에선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엿보인다.




심사정의 서설홍청(간송미술관)



일설에 의하면 익산 미륵사는 팔만구암자(八萬九庵子)라 불리우던 거대 사찰이었다고 한다. 이렇던 절이 언제부턴가 부서진 탑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 폐허로 변했다. 폐허가 된 사유가 ‘금괴 무덤’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팔만하고도 구암자니 중들 역시 셀 수 없이 많았음은 당연지사. 문제는 이 중들의 행패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절 앞을 마음 놓고 지나다닐 수조차 없었던 것. 이를 보다 못해 한 지사가 방책을 내놨다.

미륵사의 지형은 ‘노서하전지형(老鼠下田形, 늙은 쥐가 밭으로 내려온다)’으로, 늙은 쥐(老鼠)란 놈이 한달 중 앞 보름은 미륵사가 있는 노상리(路上里)에서 먹고, 뒤 보름은 거기서 시오리쯤 떨어진 오상리(五相里)로 가서 먹는다.

이같은 습성이니 노서를 견제하려면 쥐가 나다니는 길목에 금으로 고양이를 만들어 묻어 놓으라는 것. 사람들이 이 방책대로 하니 그 후로 미륵사를 비롯한 그 많던 절들이 모두 시름시름 망해가고 따라서 중들의 행패도 자연히 사라졌다 한다.

순창군 동계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임실군 오수면 내동마을에는 ‘노서하전형’ 명당이 있다. 밭두렁 명당인 셈이다. 같은 논두렁, 밭두렁인데 왜 이곳은 뱀 머리가 아니고 ‘늙은 쥐’라고 표현했을까.

‘늙은 쥐’라는 표현은 뱀보다 몸통은 굵으나 길이가 훨씬 짧은 데서 나온 것이다. 또 ‘산 능선의 변화가 뱀처럼 날렵하지 못하고 굼뜬 것’을 빗댄 것이다. 뱀과 달리 쥐는 두 귀가 쉽게 눈에 띄는데, 늙은 쥐로 표현되는 땅에는 두 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바위가 서 있어야 했다.

전주시 금상동의 이방간의 무덤(회안대군묘, 전라북도 기념물 제123호) 역시 ‘노서하전형’ 명당이다.

태종은 형님 방간이 천하의 명당에 묻혔음을 알고는, 방간의 후손 중에 큰 인물이 나오면 왕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사람을 보내 맥을 자르고 기가 뭉치는 곳에다 뜸을 뜨도록 했는데, 그 자리가 자그마치 십수 군데 였다. 그렇게 하면 방간 후손의 번창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회안대군의 무덤 뒤 산 정상에 올라보면 여기저기 심하게 골이 파인 흔적이 보인다. 오늘날에도 방간의 후손들은 숙부인 방원이 저지른 단맥 때문에 몇 백년 동안 자신들이 호미 자루를 쥐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믿고 있다.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 굉이날(바깥장선 남쪽에 있는 등선이), 완주군 비봉면 대치리 논서봉(시어목 남쪽에 있는 산), 정읍시 소성면 고교리의 쥐방굴(덧고개, 톳주거리, 허방굴, 상만에서 서낭댕이고개로 넘어가는 길)도 ‘노서하전형’ 명당으로 부르고 있다. /이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