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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서신동 감나뭇골




서신동 감나뭇골

맑고 청명한 쪽빛 하늘과 주황색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는 우리나라 가을을 상징한다. 주황색 방울같이 반짝이는 감이 소박한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한두 잎 감잎이 남아 있는 그 풍경은, 감나무가 아니고서는 느껴 볼 수 없는 풍취가 아니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전주 서신동 '감나무로(길)'에 감이 익고 있다.

감나뭇골은 한자어로는 시곡(枾谷)이라고도 부르며, 이 마을의 지형이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로 돼 있어 갈맛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려고 냇물에 급히 뛰어드는 형상인 명당이다. 말의 생동감과 민첩한 기운을 받아 인재가 태어날 기운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손들이 부귀하게 되는 좋은 집터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신동 일대를 상산, 중산동을 중산, 화산동을 하산이라고 했다. 감나뭇골은 서신동의 중심, 중앙에 있는 마을에 있는 까닭에 상산(上山)이라고 했다. 감나뭇골 서북쪽으로는 당산이 있으며, 당산 남쪽 기슭에 새로 생긴 마을 안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감나뭇골'보다는 훨씬 이후에 생겼다고 한다.

'감나무로(길)'의 기점은 서신동 286-2(파랑새책방)이 기점이며, 종점은 792(BYC전문점)이 종점이다.

감나무로는 이 지역의 전래 지명 '감나뭇골'에서 비롯된 도로명이다. 이는 유연대 자락이 서살미를 지나며 솟아오른 봉우리가 서북쪽으로 뻗어내린 산자락의 서쪽으로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시나브로, 감나무요양원이 보인다. 바로 앞 고목 위로 수백 개의 감이 코발트색 하늘 아래로 주러리주러리 열려 있음이 보인다.

서신마을, 경성주택, 설래임 등 공동주택 너머로 수십 그루의 감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신교회 앞, 그리고 성미당 옆에도 햇살을 머금은 채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이윽고 서신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경로당 안쪽에 1그루, 바깥쪽에 3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언제부터 이곳에 감나무를 심었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옛날부터 감나무가 많았다는 '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 발간)'이 보일 뿐이다.

주홍빛 감잎이 오전의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봄에 꽃을 완상하고, 여름에 그늘의 멋을 즐기며, 가을엔 주홍빛 감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소박한 사랑을 담은 감나무가 존경스러운 계절이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