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인 고하(古河) 최승범(崔勝範, 1931- ) 전북대 명예교수는 전북의 정신적 어른의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오고 있는 가운데 선비정신의 줏대로 살아온 한국문학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1931년 6월 24일 남원군에서 출생, 초등학교 입학 전 할아버지로부터 ‘추구’를 배웠고, 할머니로부터 고전 소설을 듣고 자랐다. 고모의 도움으로 남원농고에서 학업을 이어갔으며, 1949년 명륜대학(전북대 전신)에 입학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전에서 복무한 후, 전북대에 복학, 가람 이병기선생을 모시고 학업에 열중했다. 1954년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전북대학교 상장 제1호로 총장상을 받았단다. 1953년 전북대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학부 때부터 기자로 일해온 대학신문사 편집주임을 맡았다.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기도한 그는 “이제 전북을 위해 무엇을 한다기 보다는, 앞으로 후배 문인들에게 무엇인가를 물려줄 수 있는 자산을 생각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호는 장인이 지어줬는데 감히 뜻과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강의 옛말 ‘가람’(스승)과 목가시인으로 ‘저녁 물가’를 뜻하며 ‘석정’(장인)을 아우르는 ‘고하’(古河)라고 추정할 뿐이라고 했다.
1957년 전북대 국문과 박사과정 입학과 아울러 전임촉탁강사로 발령 받아 1996년 정년하기까지 전북대 국문과에서 후학을 양성한다. 그는 1958년 『현대문학』 6월호에 ‘설청’ 외 2편으로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는 전북대 대학원에서 ‘계축일기(癸丑日記)’로 석사학위를,‘한국수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북문학’의 지속적인 발간이다. ‘전북문학’은 전북에 연고를 둔 문인 뿐만 아니라 외부 필진에게도 문호를 개방, 지역문학의 위상을 제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시조, 수필, 문학 연구 등의 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 가치와 문화를 계승하려는 의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대적 삶의 정신적 이정표로 선인들의 정신 가치를 내세우려 한다.
전주시 고하문학관에 소장된 고문헌들이 디지털서적으로 다시 태어나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게 됐다. 문학관은 고하 최승범 명예 교수가 자신의 소장자료를 전주시에 기부한 후 전주한옥마을에 조성된 문학관으로, 현재 5만여 권의 장서와 500여점의 서예·그림 작품, 고서 1,900여 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고하문학관의 귀중 고서가 아카이브되고,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의 기록문화 유산을 활용하고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옛 강’이라는 뜻의 ‘고하’가 빛을 발할 날이 내년부터다. 지역 문화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인 ‘코리안 메모리’ 등을 통해 귀중 고서의 원문 DB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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