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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백자 연꽃봉오리 모양 못 가리개(복효근)

서동이나 보았을 그것을 내가 보았네

불경스럽다 하겠지만 어쩌나

본 걸 보았다고 말할 수밖에

담배씨만큼만 보았어야 했나

하지만 나 오래 보았네

 

국립익산박물관 백자 연꽃봉오리모양 못 가리개는

딱 선화공주 앞가슴이었네

 

수막새 미끄러지지 말라고 고정시킨 못에

빗물 흘러들까봐 얹어놓은 못 가리개

어쩌면 연꽃 봉오리 모양으로 빚을 생각했을까

그것을 빚은 조선 도공은 무슨 생각했을까

 

가난한 서동 따라 먼 백제 땅 금마에 와서

꽃 피우리라

백제 신라 신라 백제 손잡고

저 북녘 고구려 끝까지 꽃 피우리라

연꽃 봉오리 같은 가슴 속 선화의 마음

 

폭풍우도 그 앞에선 주춤하였으리

몇 백 도 가마불에 구워져

하얗게 백자로 빛나는 연꽃 봉오리

그 언약 그 다짐

나 서동이 되어 오래 오래 바라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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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1991년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 신석정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