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0호 '청구풍아(靑丘風雅)'는 삼국시대 이후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우리나라 명현들의 시를 뽑아 평가하고 해석을 붙인 것이다. 이는 1473년 김종직이 편찬작업에 착수해 2년 후에 완성했고, 1531년 공주에서 이미 출간된 책을 바탕으로 체제만 달리해 다시 간행했다. 이 책은 한시작품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신라말기 최치원에서부터 조선초기 성간에 이르기까지 시작품들을 한문원문과 함께 해설했다. 최치원, 이인로, 이규보, 김극기, 정도전, 등 많은 시를 수록했다. 김종직은 훌륭한 문학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닌 ,올바른 성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뽑은 작품들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청구(靑丘)’는 우리나라를, ‘풍아(風雅)'는 품격높은 시를 의미한다. 시경을 분류할 때 대표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에는 육의(六義)가 있다. 이 육의는 시경에 담긴 여섯 가지 뜻이라는 것으로 시의 성질에 따라 나눈 풍아송(風雅頌)과 서술방식에 따라 나누는 부비흥(賦比興)으로 나뉜다. 풍(風)은 서민의 노래로 주나라 각 제후국들의 일반적인 민요, 아(雅)는 조회나 연향 때 연주하는 노래, 송(頌)은 선현을 기리는 노래를 말한다. 부비흥의 경우, 현대로 치면 수사법에 가까운 것으로 어떤 식으로 시를 표현하는가를 의미한다. 부(賦)는 하고자 하는 뜻을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함을, 비(比)는 하고자 하는 뜻을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한다. 흥(興)은 왜 흥이라고 부르는 지는 알겠는데, 이걸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올바르다.
이 책에 전북 관련 시가 많다. ‘적막한 예스런 길 솔뿌리 얼기설기 하늘 가까워 북두는 손에 잡힐 듯 뜬 구름 흐르는 물 따라 산사에 이르니 붉은 단풍 푸른 이끼 스님은 뵈지 않네. 가을바람 스산히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 산달 점점 밝아오자 납의 쓰린 울음소리, 기이하여라, 눈썹 다북한 한 늙은 스님은 오래토록 시끄런 인간사 따윈 꿈에조차 없으시네’ 이는 정지상의 ‘변산 소래사에서(題邊山蘇來寺)’다. 현실적 욕망 따위는 꿈에조차 생각도 않는 고덕대승의 절연한 모습과 ‘스산한 가을바람’이 ‘해를 불어 떨어뜨린다’는 감각적 터치가 압권을 이룬다.
권근은 '진포에서 왜적선을 격파한 원수 최무선을 축하하며-공이 처음으로 화포를 만들었다'를, 권우는 '개암사에서 묵고'를, 김극기는 '미륵사 늙은 주지에게 드리다'를, 윤소종은 '장사(長沙)감무로 좌천되는 정언(正言) 이존오(李存吾)와 이별하고'를, 설장수는 '임실군에서 묵으며 동헌에 있는 권회무선생 시에 차운하다'를 각각 지었다.
오세재(吳世才, 1133∼?)의 ‘병목(病目, 병든 눈)’은 자신의 비참한 삶이 소개된다. ‘늙음과 병은 같이 온다지만, 평생토록 베옷 입고 벼슬 못할 줄이야. 검은 꽃 눈을 가려 자주 흐려지고, 눈동자엔 광채마저 적어젔노라. 등잔 앞에 가까스로 비쳐보지만, 눈 온 뒤의 햇빛 보듯 보기 어렵도다. 과거 발표 기다려 보는 일 끝난다면, 눈 감고 세상 일 잊는 법 배우리라’
그의 본관은 고창(高敞). 해좌칠현(海左七賢)의 한 사람으로 유학 경전에 능통했고 시문은 한유, 두보를 체득했으며 만년에는 동경(東京;지금의 慶州)에서 이인로 등과 시주(詩酒)를 벗삼으며 가난 속에 살다가 죽었다. 고창오씨는 오학린(吳學鱗)을 시조이자 입향조로 하는 세거 성씨다. 5세손으로 오세공(吳世功), 오세문(吳世文), 그리고 오세재 3형제는 모두 한림학사(翰林學士)로서 문장과 덕망을 세상에 떨쳤다. 고창오씨 후손들은 동학 농민 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이 많았고, 현재 모두 타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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