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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용담

[21]상전초등학교 벚꽃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사람 마음 싱숭생숭 붕 뜨게 만드는 봄기운이 수줍게 느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가시고 희뿌연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그럼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 봄소식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봄이면 빼놓을 수 없는 꽃구경. 그중에서도 벚꽃은 봄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숱한 노랫말에 담겨 봄기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1995년 5월 상전초등학교에 옛사랑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기 위함인가요, 현 사랑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인가요 벛꽃이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40년 전, 철모르던 친구들이 뙤약볓 아래 몸을 드러내 채 나란히 모인 빛바랜 사진 한장이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상전면 월포리 대구평마을엔 그때만 해도 동네가 왁자지껄할 정도로 또래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나 마을은 이제 용담댐으로 인해 수몰돼 두번 다시 볼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 되었고 그시절 중학교 2학년이던 동네친구들은 모두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앨범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사진이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세월은 덧없이 흘러 이제 모두가 50줄을 넘긴 이들은 상전초등학교 21회 동창생들로, 사진의 배경은 마을앞 대덕산 기슭이다. 뒷줄 왼쪽부터 배성수(경찰청.정보심의관), 한종봉(상전대대 주임상사). 원봉규(진안농업기술센터 상담소장), 원봉진(진안군청 의회사무과장), 고봉규(작고), 원권희친구(운수업)등이 나란히 섰다.또 앞줄 왼쪽으로부터 모자쓴 친구가 김종구(건축업), 허동수(도청 사무관), 원수희(진안군청 담당), 원종일(사업.대전거주), 임판순(자영업) 등 그리운 얼굴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동네 사는 친구들로 엉뚱한 말썽을 부려 부모님은 물론 선생님들에게 골치거리로 소문나 있었다. 또래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학교에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중간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꾀를 파는’ 바람에 한 학년 동안 36번이나 결석일수를 보이는 악동기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다 동네 어른들에게 사람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냐며 걱정을 끼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기의 친구들이 지금 중년의 신사가 돼 사회 여기저기서 안정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민둥머리 배성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친구다. 학창시절 부터 공부밖에 모르더니 지금은 경찰청 경무관으로 정보심의관을 역임하고 있다. 무던히도 용감했던 한종봉 친구는 군인이 됐고 온순하고 다정다감했던 원봉규씨는 현재 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또 진안군청 의회사무과장인 원봉진 친구는 누구보다도 향학열이 높아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학업의 꿈을 위해 단호히 집을 떠나 전주로 나온 뒤 야간고를 졸업한 후 어엿한 중견 공직자가 돼 있다. 원권희 친구는 근력이 가장 세서 한마디 말이 곧 친구들 간에는 법으로 통할 만큼 무서운 ‘짱’이었다. 또 김종구친구는 전주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고 매사에 모범적인 허동수친구는 도청에 근무하고 있다. 얌전하기로 소문난 원수희 친구는 지금도 군청에서 소리없이 맡은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고 힘이 장사였던 원종일 친구는 멀리 대전에 있다.임판순 친구는 전주에서 세탁업을 하고 있고 원권희 친구는 대중의 발인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들이 서울대를 들어가 신바람이 나 있다. 탈색 됐지만 순수함이 배어있는 친구들의 정감어린 얼굴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그때를 말해주고 있다’
새전북신문 201년 2월 27일자 ‘40년전의 흑백사진을 보면서’에 상전초등학교 동창들의 얘기가 소개됐습니다.
용담호에 묻힌 상전초등학교 기념비가 세워져 사라진 학교의 흔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2004년 4월 20일 상전초등학교 졸업생 등 200여명은 상전 망향의 동산에서 상전초등학교 총동창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용담댐 건설로 폐교돼 물에 잠겨버린 학교의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역사 깊은 학교의 전통을 후세에게 전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는 그동안 이 학교를 나온 졸업생들의 마음 하나 하나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기념비 건립이 추진돼 제막식을 가진 상천초등학교 기념비 건립은 1935년 4월 20일 개교 기념일을 맞춰 추진됐습니다. 상전초등학교는 지난 1935년 4월 20일 개교한 이후 수몰되기 전, 1999년도까지 60여년의 전통을 이어와 배출된 학생만도 3,12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상전초등학교 총동창회가 2005년 12월 20일 용담댐 건설로 인해 지금은 수몰지역이 되어버려 애환이 담긴 학교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전면 망향의 광장에서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이날 기념비 제막식은 상전초등학교 졸업생들과 상전출신이며 전북지방경찰청에 재임중인 배성수 경찰청장을 비롯,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후배가 모여 기념비를 제작 제막식 행사를 통해 1999년 2월 28일 폐교된 모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비에 새기며 모교의 60년 전통이 영원하길 바랬습니다.
용담댐과 관련 수몰된 초등학교는 용담초등학교(폐교), 용평초등학교(폐교), 조림초등학교(이전), 정천초등학교(폐교). 모정초등학교(폐교), 상전초등학교(폐교), 주천초등학교, 백운초등학교, 평장초등학교(백운초로 통합), 반송초등학교(백운초로 통합), 연장초등학교 등입니다.
“봄 봄 봄 봄이 왔네요/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로이킴 ‘봄봄봄’ )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UhUh )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
많은 벚꽃 캐럴이 미완의 사랑을 노래했듯 3월 말에서 4월까지 전국을 아름답게 수놓는 벚꽃은 작은 비바람에서 쉽게 생을 마감합니다.
그래서인지 벚꽃의 꽃말은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입니다. 화려한 꽃 뒤에 낙화의 쓸쓸함을 감춘 벚꽃은 ‘죽음을 앞둔 순간의 화려함’을 꽃피우면서 뭇 사람이 살아왔던, 그리고 살아가야 할 삶을 고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글=이종근 기자·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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