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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제향(祭享)과 전통문화








오래 전에 EBS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어쩌다가 출현하는 방송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교육방송이란 취지 때문에 촬영에 응했다. 그리고 지역에 살면서 우리 마을 이야기’ ‘마을지도 그리기’ ‘민속생활용품을 이용한 수업’ ‘신나는 탑본 해 보기등을 하면서 지역을 잘 알면 애향심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찾았던 곳이 마령면 월운마을에 위치한 구산서원이었다. 당시 PD와 함께 군내버스를 타고 구산서원을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진안향교도 진안여중 학생들과 함께 촬영했는데 그때 당시 뵈었던 분들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송상완, 송정엽 어른들이 그분이다.

4년 전에 마령고등학교로 발령받아 마령에 거처를 구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원강정 마을 오현사였다. 마을분의 배려로 묵게 된 오현사의 제향을 보면서 보다 제대로 하나하나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오현사에 묵으면서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필자의 의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해는 여유를 갖고 과거 진안현에 위치한 사당의 제향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영계서원, 영산사, 오현사, 구산서원, 충효사 등 제향에 참석했다. 앞으로도 용계사, 내산사, 이산묘 등의 제향을 참여해야 올해 진안향교 군역의 제향이 마무리 된다. 용담향교 권역의 충렬사 등도 참여했는데, 어서각, 화산서원, 주천서원 등도 참여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제향에 참석하면서 생각한 것은 식사를 하면서 유림들이 토로하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분만이 제 절차를 제대로 알기 때문에 머지않아 제향 지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었다. 참석한 어떤 유림은 홀기가 어렵다며 쉽게 풀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서 제향을 진행할 때 한자음 다음, 쉽게 풀이하는 방식으로 제를 지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미 이렇게 제향을 모시는 곳이 있으나 대부분 사당에서는 아직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홀기를 쉽게 풀어 제향을 모시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향을 모실 때 홀기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나타나는데, 이런 점이 쉽게 해결될 것이다. 지역 내 사당 홀기를 쉽게 풀이하여 누구나 참여해서 쉽게 제의절차를 알고 의미를 알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향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관으로 배정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제향에 참여하여 절차부터 알고 의미를 되새기고 유림의 뜻을 받든다면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참여가 쉽지는 않겠지만 청년들이 제관으로 역할을 하게 되면 전통이 끊길 거란 유림들의 염려는 기우(杞憂)에 그칠 거라 생각한다. 사당의 제향 참관은 교육적 효과가 클 것이다. 제향을 모실 때 지역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고 유림이 제향의 의미와 사당에 모신 분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향토사 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의 모든 사당에 관한 안내 팸플릿 제작도 교육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제향에 참석하면 사당마다 준비부터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가장 아쉬운 것은 제향에 참석하는 분들이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제향에 참석한 분들의 한결같은 정성어린 마음이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안 삼았다. 그리고 충효사에서 제향을 모시고 덕담을 나눌 때 오길현 회장은 묘사의 인물 행장(行狀-사람이 죽은 뒤에 그 사람의 평생의 행적을 기록한 글)을 제작하여 참석한 분께 배포하여 인물에 대하여 좀 더 이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진안향교에서 지역의 유림에게 제향 절차, 제관의 역할, 제향의 의미를 교육하자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런 진지한 모습에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글.사진 이상훈(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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