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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석이야기

송광사선암사의용머리


당신은 돈을 규모 있게 잘 쓰고 있나요?

순천 송광사의 수행정신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흔적이 능허교에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능허교가 있습니다.

능허교 아래쪽 홍예 한가운데에 수면을 향해 배꼽처럼 툭 튀어나온, 용머리 석상이 보이지 않나요.

이 용머리상은 수살막이, 즉 계곡물에서 음습하는 나쁜 기운을 용의 기운을 빌어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그 용머리 입 부분에 엽전이 철사줄에 꿰어져 매달려 있습니다.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능허교를 놓을 때 시줏돈을 받았는데, 다리를 완공하고 보니 그 엽전이 남았습니다. 공사를 감독하던 스님은 그걸 자기 주머니에 넣지 않고 다리 아래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나뭇잎 돈을 뜻하는 엽전(葉錢)이라 부른 것은, 먼저 거푸집을 만들고, 그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데 거푸집의 모양이 마치 아카시아 나뭇잎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육당 최남선은 저작 '심춘순례'에서 송광사를 "조선불교의 완성지"라고 했습니다.

우화각과 능허교, 그 아래의 엽전은 육당이 빈말하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줍니다.

승가에서는 신도들이 시주하면서 어디에 써달라고 하면 그 목적으로 쓰고 남았다고 해서 그 돈을 다른 일에 쓰면 호용죄(互用罪)에 걸립니다. 오로지 주어진 목적 외 쓰면 죄가 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다리 밑에 있는 용의 조각상에 철사줄로 꿴 엽전이 걸려 있는 까닭입니다.

신도들의 시주로 이 다리의 불사를 마치고 나니 돈이 남아 다음에 다리를 고치거나 새로 놓을 때 쓰라고 매달아 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엽전 한 닢도 허투루 가지려 하지 않는 반듯한 수행자의 모습을 송광사는 오늘에 기억하려는 모습입니다.

당신은 돈을 규모 있게 잘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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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무지개다리 밑에도 용이 엽전을 물고 있네요.

'승선(昇仙)’은 선계로 오른다는 뜻이고 ‘강선(降仙)’은 선계에서 내려온다는 뜻이니, 승선교와 강선루는 의미상으로 한 짝을 이룹니다.

승선이니 강선이니 하는 말은 불가에서 쓰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승선교를 지나면 선계에 드는 것이고, 절을 돌아본 뒤 강선루를 빠져나오면 선계를 벗어나는 셈입니다.

선암사는 백제시대 창건된 천년고찰로 오랜 불법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는데,  그 이름값에 한몫을 한 것이 바로 이 무지개다리입니다.

그런데 이 다리의 아래쪽에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 중간에 불쑥 튀어나온 용머리. 왜 다리에 이런 용머리를 설치했을까요

수백년 이어온 다리에는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오는 바, 바로 그 중심에 바로 용머리가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용머리를 빼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용머리는 무게 중심일까요.

이는 승선교의 가장 중심돌인 요석 안에 박혀 있습니다. 마치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나 사실... 승선교의 건축 원리는  아치를 이루는 돌들의 맞물림에 있습니다.

특히 위가 넓고 아래는 좁게 다듬어진 사다리꼴 모양의 돌들이 서로 촘촘히 맞물려 무게를 분산시킵니다. 양측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은 이미 요석이 하고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현재 남아있는 무지개다리 중에는 용머리가 없는 것도 많습니다. 용머리가 기술적으로 필수적인 장치라면 이 다리들에도 있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용머리가 사찰의 다리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사찰과 용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불교에서 용은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사악함을 물리치고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을 자세히 보다보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습니다. 철사에 꿰인 동전 한 잎. 용은 왜 동전을 물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리를 만든 이가용에게 동전을 물렸다는 뜻인데... 이곳 다리는 물론 벌교 홍교 (보물 제 304호)까지 다리를 세운 호암대사는 왜 그렇게 여러 다리를 만들었을까요.

선암사 뒤쪽 숲에 그와 관련된 유물이 남아있습니다. 선암사중수비에 따르면 승선교를 세운 이는 조선 숙종 때의 호암대사. 정유재란 때 불탄 선암사를 중창하면서 승선교를 세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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