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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1872년 전주의 봄날을 아십니까

 

 

전주 경기전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곳의 꽃잔치는 등굽은 홍매화와 백매화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선조들이 한()으로 심었던 매화나무가 홀로 서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맞아요, 매화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결코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 매화나무를 자세히 보니 등걸에 상처 난 자리마다 불거진 뼈가 보이는 등 이빨 빠진 늙은 나무입니다! 가지에는 다닥다닥 꽃을 피웠군요, 등이 절묘하게 꺾이듯 세 번이나 굽어 의아 할 만큼 희한한 모습인 것 같군요. 겨울의 혹한을 견디지 않고서야 어찌 매화의 향기가 코를 찌르리요. 매화의 향기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온 인내의 산물이지만 밤이 깊어 적막할 때 비로소 먼 곳에 서도 스며드는 은은한 향기를 갖고 있으니 암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매화의 향기가 떠돎을 뜻하는 말이 암향부동(暗香浮動)입니다. 봄의 화신(花信)이 경기전의 어두운 달빛 아래 더욱 더 빛이 나는 까닭입니다. 서러울 것 같이 청순한 홍매화 꽃잎이 경기전의 하늘 아래 꿋꿋히 피어 태양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관향인 전주를 그린 전주지도(全州地圖, 보물 제1586호로 지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는 전주부의 읍성과 주변의 산세, 내부의 관아 건물들을 산수화풍으로 그린, 회화식 지도의 대표작의 하나입니다.

1872년에 그려진 전주지도(全州地圖, 150.0 * 90.0cm)’는 고종 9년 대원군 집권 시기에 전국 군현을 망라해 제작한 지도 가운데 하나로, T자형의 전주 읍성내 도로망이 특징적으로 묘사되어 왕권을 상징하는 객사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으며, 전주의 풍수적 특성도 매우 정확하게 묘사된 가운데 봄 풍경에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왕권을 상징하는 전주 객사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으며, 전주의 풍수적 특성도 매우 정확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기린봉에서부터 발원한 산줄기가 현재 덕진연못 앞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이 지도상에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주성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감사(監司) 일행의 행차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전 주변의 수목과 새들, 만개한 오얏꽃까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등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일러서 인가요, 매화만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전주성 안에는 관찰사의 청사인 선화당을 비롯한 감영 건물과 부윤이 집무하던 본관(本官), 객사, 경기전, 옥사 등의 건물이 그려져 있고, 성밖 우측 하단에는 전주향교, 한벽당 등 전라감영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히 펼쳐지면서 울긋불긋한 오얏꽃의 향연은 끝이 없는 바, 이는 전주이씨를 상징합니다.

,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진전인 경기전이 부각되어 있지만 아직 조경묘가 세워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 나무가 우거지고 백로 떼가 앉아 있는 장면을 표현, 상서로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인근의 서서학동 등에서 날아와 '송수천년(松壽千年) 학수만년(鶴壽萬年)'의 신화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10장생의 하나인 백로떼 바로 밑 소나무의 모습은 사라져 볼 수 없습니다.

전주대 송화섭교수는 전주의 도시계획 구도는 깔끔하고 실용적이며 권위적이고 도로의 동선이 일직선으로 배치돼 성안의 출입자는 출입하는 순간부터 경계를 늦출수 없도록 했다. 입구에서 관아와 객사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들은 바로보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면서 사찰과 관청을 대비시키면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일직선이듯 남문에서 객사까지 일직성으로 배치하는 구도를 갖추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