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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자득지미(自得之味)

'자득지미(自得之味)'란 말이 있습니다.언제 쯤이면 스스로  깨우치면서 세상 사는 맛을 알까요.
이를 위해서는, 바람을 반찬으로 먹고, 이슬을 이불로 덮고 자면서 세계를 유랑해봐야 합니다.
그 진수는 유랑에서 겪는 처절한 고독과 먹물이 배합될 때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흔히 선비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위인지학(爲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입니다.
‘위인지학’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가리키며, ‘위기지학’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한 공부입니다.
인(人)은 타인을 가리키고, 기(己)는 자기를 가리킵니다.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는 위인지학에 속합니다.
위인지학은 벼슬과 자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기 내면에 대한 성찰 공부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위기지학은 무엇인가요? 시험 합격용 공부가 아니라면 어떤 공부가 위기지학이란 말인가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근심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공부’가 바로 위기지학이 아닐까요.
위인지학은 쉽지만 위기지학은 도통 어렵습니다.
위기지학은 자득지미(自得之味)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스스로 느끼는 재미’ 말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아하! 이게 이런 이치구나, 옛날 사람들도 이런 고민을 했구나, 나는 애매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어쩌면 이렇게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하는 깨달음이 내가 생각하는 ‘자득지미’입니다.
이제 춘분이 지났음이런가요, 한 꺼풀 벗고 당당히 나서 볼까요, 핑곗김에 둘렀던 장막도 걷어야 할까요. 햇살 마중 나가던 새 순의 속삭임이 생명의 불을 지피우고 있습니다.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허무함은 왜 일까요. 자득지미를 느끼지 못하고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는 죽비의 메시지가 저를 내리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