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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이유경 3회 개인전

 

 

“어느 날 산에 올라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멍하게 앉아 있는데, 작은 들꽃이 눈을 붙잡았습니다. 하얀색의 작은 꽃이 주는 강렬한 몸짓에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저 만치에서 수줍은 듯 피어있는 구철초가 어느 새 나무 곁에 다가와 나풀거리는 나비의 몸짓이 되고, 내 머리에서는 벌써 한폭의 그림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지요”

전주 오브제 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이연 이유경(전주중앙중학교 교사)작가는 구절초와의 첫 만남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어렸을 적 꿈을 끝내 버리지 않고 지켜온 그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때문일까, 전시된 작품을 일일이 설명하는 그녀의 눈과 입가에는 뿌듯해하는 듯 미소가 번진다. 이번 전시는 모두 구절초를 소재로 한 한국화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네 번째 그림 에세이집 ‘꽃이 내게 말하네(신아출판사, 값 1만2,000원)’를 출간하기도.

“언제나 산과 들로 가면 만날 수 있는 구철초가 있어 너무 고맙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향기를 느끼며 함께 호흡하며 작업하는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순백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운 구절초의 자태를 보세요”

작가는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픔이지만, 구철초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언젠간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도 아쉬움이 남으면 영원히 지지 않을 꽃을 한지 위에 곱디곱게 심었다. 사람 안에 꽃이 있고, 꽃 안에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생명의 힘으로 우뚝 서서 구철초가 내게 말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하늘 빛 숨 쉬는 그 곳에서 향기로운 삶을 위해 마음 하나쯤이야 텅 비워 내라며, 해 맑은 웃음으로 나를 품어 행복하게 합니다”

그녀에게서는 여유로움과 편안한 안식이 느껴진다. 편안한 삶을 유지해온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안락이 아닌, 힘든 길을 돌고돌아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이 보여주는 여유로움 바로 그 자체. 그래서 구철초 같은 웃음이 배어나오고 작품 또한 아주 간결하고 명징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구절초’라는 꽃 이름처럼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뎌내고 아름답게 피어난 들꽃 같았다.

구름은 껑충껑충 뛰면서 산자락을 넘어간다. 짙푸른 숲이 녹색 바다처럼 한없이 넓게 걸려 있다. 바람은 초록바다 위에 하얀 운무를 실어 나른다. 귀암괴석의 바위 그 좁은 틈새, 오목한 곳마다 한줌의 흙을 담고 몇 포기의 구절초를 키운다. 구부러진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일면, 서걱이는 구절초들에게선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안개가 짙게 깔린 송림 속에 구절초 꽃향기가 안개타고 흐르는 신비스러운 새벽풍경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구절초 같은 청초한 인생을 살면 참 좋겠습니다. 산 속에 피어나는 구절초, 그들처럼 순수하고 곱고 때로는 애절한 감성까지 자아내는 그런 사랑스런 모습으로 살았으면 말입니다. 이 세상의 온갖 시름 걱정 다 잊고, 청아한 그런 인생을 살 순 없을까요. 잘 우려낸 한약냄새가 풍겨나듯 알싸한 구절초 향기에 취해 이 계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구절초가 뿜어내는 진한 꽃향기를 전할 이번 전시회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다. 작가는 전주출신으로 전북서예대전 초대작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작가로, ‘풀향기 머문 길’(2010), ‘그리운 바람길(2011)’, ‘길섶에 서서’ 등 4권의 저서를 펴낸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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