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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박도순,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에세이

 

 

  
     
 
무주군 내 무의촌에서 24년째 보건진료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도순씨(무주 상곡보건진료소 소장)가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사진예술사 발행, 값 1만5,000원)'를 펴냈다.

의학적인 진료 일지를 넘어 순박한 시골어른들의 따듯하고 구수한 살아가는 이야기 37편이 들어 있다. 이 책은 현장은 상상을 앞지른다. 따라서 어떤 글솜씨로도 표현할 수 없는 꾸밈없는 이야기가 눈물과 웃음을 선사한다.

평생 오지로 꼽히는 무주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자녀들을 공부시켜 외지로 내보낸 시골어른들의 이야기는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과 진한 부부애, 그리고 평생 생명을 키운 농부의 근면한 삶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또, 그 어른들을 치료하며 그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진료소장의 적극적인 마음 씀씀이가 읽는 동안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는 휴식을 주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산골 보건진료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계절별로 총 37개 소제목으로 집필,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화려한 수식어나 현학적인 표현없이, 어깨에 힘을 빼고 마운드에 선 선발투수처럼 생생하고 다양한 변화구(슬픔, 감동, 재미)의 구질을 뿌리듯 진솔하게 글을 써 내려간 게 가장 큰 특징.

엄마의 맏딸이자 쌍둥이의 엄마, 산골 보건진료소장으로서, 여러 스펙트럼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글을 읽다 보면, 영화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의료보험증 상에 올라와 있는 동거인 명단을 보고 수상함을 느낀 저자는 '한 지붕 두어머니(한 아버지에 부인이 둘)'를 제목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영화 씨받이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대목은 어쩌면 한 가족에게는 예민한 가족사,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투성이 였지만,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없었다면 세상에 오픈되지 못했을 에피소드였다.

'죽어야 타는 나무'에서는 손주에 대한 할머니의 지울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 '겹친 오각형을 그려라' 는 시골 어르신들의 순수함에 미소가, 여고생 청소년 임신을 다룬 챕터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그냥 담배 피우세요'에서는 어린 아기 셋을 잃은 아픔을 담배로 달래는 어머님께 차마 금연을 권하지 못하는 심정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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