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20년을 맞이했지만 문화재 지정 유적지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표지판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고부 농민 봉기지인 예동, 고부 농민 봉기 이후 농민군의 유진지인 말목 장터, 3월 봉기 동학농민군 유진지 사시봉, 최후의 패전지 태인 위령탑 건립 문제 그리고 김개남 생가, 손화중 생가, 최경선 출생지 보존 문제 등이 관심 밖으로 방치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조광환씨(학산중학교 교사)가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도서출판 살림터, 값 1만5,000원)'을 펴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후 120년이 지난 2014년, 자유, 민권, 평등, 자주의식을 표방했던 동학의 시대정신을 다시금 짚어보며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넓히고, 성실한 고증과 발로 찾아 쓴 답사의 현장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탐관오리 척결과 외세 배격을 주장하는 벽서(壁書), 방(榜), 괘서(掛書)라는 이름의 수많은 대자보가 나붙었던 녹두장군의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동학농민혁명 발발 이후 우리들이 겪었던 3·1운동, 4월 혁명, 5.18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등 가치와 의미가 큰 혁명 또는 그에 준하는 대사건들이 있어 왔지만 그 규모와 깊이에서 동학농민혁명을 능가한 것은 없었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이후 육십갑자가 한 바퀴 돈 1954년은 한국전쟁의 상처와 휴전을 둘러싼 강대국의 이권 싸움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중국 등이 일방적으로 그어 놓은 휴전선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크게 변한 것 같지만 120년 전 개혁의 깃발 아래 탐관오리의 처벌, 지벌을 타파하고 고른 인재등용, 조세개혁을 외치던 동학 농민군의 요구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근대적 평등의식을 심어주고 실천한 출발점인 동학농민혁명에 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양척왜를 외쳤던 동학농민군과 전봉준 장군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정의로운 삶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사람들의 자취를 찬찬히 따라가며 역사가 어떻게 우리 삶의 거울이 되고, 이정표가 될 수 있는지 안내해 준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는 유적지 안내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소박한 희망을 채워주려는 목표에서 출발하였지만, 결과적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왜 새삼스레 ‘동학농민혁명’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끔 한다.
그는 25년 여 동안,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유적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관련된 기록과 이야기를 살피며 자신의 철학과 역사관을 담은 답사를 이끌어왔다. 그 결과를 다양한 그림과 글, 사진과 지도와 함께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따라서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 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동학농민혁명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관련 유적지를 답사하는 데 소중한 길잡이가 될 터이다.
책자는 제1장 19세기 후반 조선 민중의 동향, 제2장 동학의 교세 확장과 교조 신원 운동, 제3장 사발통문과 고부 농민 봉기, 제4장 1차 동학농민혁명(3월 봉기), 제5장 집강소 통치, 제6장 2차 동학농민혁명(9월 봉기), 제7장 농민군의 패퇴, 제8장 인물 이야기, 제9장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평가로 나뉘었다.
답사 안내자로서의 현장성뿐만 아니라, 현직 역사 교사로서 우리 역사를 가르치며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지 깊이 고민한 결과를 책에 담아냈다. 정읍이라는 향토의 틀을 넘어서 한국사 전체의 흐름 속에서 동학농민혁명이 갖는 의미와 교훈을 들려주고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동학농민혁명은 비록 농민군이 정부와 일본군에게 진압되어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주장 중 핵심 내용인 노비제도의 철폐 등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는 내정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조선 봉건사회의 해체가 시작되었다는 점으로 보아 ‘혁명’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1958년 부안에서 출생, 원광대 국사학과와 동 대학원(사회교육전공 역사교육반)을 졸업한 후, 1994년 동학농민혁명 백주년 기념 무명동학농민군 위령탑 건립, 황토현 동학축제 등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저자는 (사)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전 이사장 등을 역임한 가운데 동학역사문화연구소 부소장과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 정읍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안내', '내 고장 역사의 숨결을 찾아서'(공저)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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