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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수박 한 입 베어 무니

수박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한 물이 입 안 가득 고입니다. 아삭아삭, 진한 달콤함에 황토흙 냄새가 짙게 배어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요즘, 누가 권하지 않아도 저절로 수박에 손이 갑니다.

 

5천원권 지폐에 수박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초충도(나무와 벌레 그린 그림)엔 누구나 갖고 있는 세상살이의 소박한 욕망이 표현돼 있습니다.

 

가지·오이·수박을 그린 그림은 자손의 번성을 비는 마음을 담은 것들로, 씨앗이 아주 많은 채소들입니다. 5천원권 지폐엔 수박뿐 아니라 맨드라미도 씨앗이 아주 많은데, 아이를 더 많이 낳자는 뜻을 담았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수박 한 통은 여러 사람을 불러 모으는 즉,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콩 한쪽도 나눠 먹은 한국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핵가족화로 가족 수가 줄어든 현대사회에선 한 통을 모두 먹기란 쉽지 않군요.

 

맛있는 수박, 좋은 수박은 두드려 보아 맑은 소리가 나고 줄무늬가 선명하며, 물에 넣었을 때 많이 뜨는 것일수록 싱싱합니다. 줄무늬가 많을수록 껍질이 얇아 과육이 풍부합니다. 껍질이 얇으면서 연한 연두색을 띠고 검은 줄무늬가 뚜렷한 것이 좋은 수박이예요.

 

색깔이 선명한 수박은 그만큼 햇살을 많이 받아 먹어 잘 익을수록 검은색과 초록색이 잘 구분됩니다. 화려한 무늬와 색감으로 자신을 뽐낼 줄 아는 감각, 이는 여름의 눈부신 태양을 보고 배운 게지요. 선명도가 높은 사람들이 매력 덩어리인 까닭은 수박처럼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그 다음은 줄무늬가 일정하게 쭉쭉 뻗어있는 수박을 선택해야 합니다.줄무늬가 구불구불하지 않고 일자로 쭉쭉 뻗어있는 것으로 고르세요. 주체성없이, 우유부단하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맛없는 수박과 같지는 않을런지요.

 

두들겼을때 소리가 영롱한 수박을 선택해야 마땅합니다. 말그대로 두들겼을때 맑은 소리가 나는 녀석을 선택하세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곧잘 말하는 지인은 한 통의 꿀수박이 아닐런지요.

 

'음식은 인심처럼 싱겁게

생활은 햇살처럼 둥글게

인생은 수박처럼 쿨하게'

 

사노라면 당신 앞, 잘 익은 수박 한 덩이가 되어 다가가고 싶을 때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누군가에게, 간절한 부름을 받는 당신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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