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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조상진 '새만금 愛 빠지다' 출간

새만금의 사업은 지금까지 6대 정권에 걸쳐 추진 중에 있는 전북의 상징터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만금이 언제부터 전북의 미래가 됐을까.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기까지 걸린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前 대통령이 약속한 새만금 방조제는 1991년 착공 돼 환경오염 논란으로 4년7개월 동안 법정 공방을 거듭하며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2010년 4월 완공됐다. 지난 25년 간 대선 후보들은 새만금 방조제 완공을 단골 공약으로 제시하며 전북의 표심 잡기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거의 '신앙'에 가까운 개발 도그마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 포장돼 왔다.

 

조상진 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58)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만금의, 새만금을 위한, 새만금에 의한 인문학적 성찰을 요구했다. "새만금을 값지게 채우기 위해 추진 주체의 의지와 예산,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그 지혜는 문화적 상상력의 소산이며, 폭넓은 인문학적 안목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봤다. 방일영 문화재단의 저술 지원으로 출간된'새만금 愛 빠지다'(미래엔)는 경제의 논리가 아닌, 인문학적 자양분을 북돋우기 위해 역사·철학·문학·민속 등 여섯 갈래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책이다.

 

먼저 새만금에 관한 역사.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만금은 금강과 만경강·동진강 물이 만나 서해로 몸을 푸는 곳'이다. 예로부터 새만금은 고대 한·중·일을 연결하는 바닷길 허브이자 동아시아 둘러싼 최초 국제전인 백강전투와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진포대첩이 일어난 곳이었으며, 임진왜란으로 백의종군(白衣從軍) 한 이순신 장군을 위로해준 선유도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백강전투는 왜군에게 패배한 백제 유민들이 텐지천황의 지원으로 왜국(倭國)에서 일본(日本·해가 뜨는 곳에 가까이 위치한 나라)으로 바뀌었다는 큰 사건"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게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이다.

 

책은 새만금의 철학, 문학, 설화·민요·민속도 다뤘다. 사회 모순을 비판한 문신이자 소설가로서 조선시대 최고 이단아를 자처한 허균(1569~1618)에게 전북은 조선 왕조의 성리학적 봉건질서에 항거하는 개혁 세력의 요람. 허균은 파직 기간 대부분을 전북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문학과 사상이 담긴 역작 '성소부부고'와 조선시대 최고 음식 품평서'도문대작', 한글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홍길동전' 등을 남겼고, 부안의 명기(名妓)인 매창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새만금의 젖줄인 금강·만경강·동진강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보노라면 최근엔 문학이 새만금에 대한 상상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자화상으로 평가받는 채만식의 '탁류', 민중들의 가슴을 대변하는 신동엽 시인의 '금강'은 물론 이리역 폭발 사고를 자전소설로 옮긴 박범신의 '더러운 책상', 김제 청하면과 군산 대야면의 다리를 소재로 다룬 윤흥길의 단편 소설'기억 속의 들꽃'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새만금을 통찰한 저자는 "새만금은 무궁무진한 보고"라고 정의하면서 새만금에 관한 상상력을 전세계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중국의 군사적 접점 지역으로 평가받는 새만금에 미국·중국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유례없는 평화지대로 만들자고도 했고, 새만금의 농업용지를 활용해 식량문제를 해결하자고도 했으며, 새만금 개발을 통해 영·호남의 오랜 갈등을 종식시키자 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만금에 관한 창조적 발상은 이제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순창 출신으로 현재 전북대학교 입학사정관인 저자는 30년간 전북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98년 새만금 일대 포구와 섬을 1년 동안 취재하면서 같은 해 한국언론재단 저술 지원으로 '서해연안'(신아출판사)을, 2003년 만경강·동진강을 탐사하며 '새만금의 탯줄 - 만경강·동진강' 등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