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근심으로 늙어 가느니라. 부모를 무시하고서 똑똑해지기를 바라지 마라. 부모는 자식을 향한 희생 때문에 주름이 늘어간다. 부모를 힘들게 하고서 자신이 편해지기를 꿈도 꾸지 마라. 부모는 나이 들어 쇠약하여 모습이 보기 싫게 되면 오히려 남이 볼까 부끄럽다고 말씀하시며, 자식들의 방이 추운지 더운지, 또는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지 일찍이 알 까닭이 없다 하여 밤낮으로 스스로 슬퍼하고 깊은 탄식에 하루가 다 짧다. 그런데도 자식들은 효도와 의리를 숭상하지 않고, 되레 나쁜 무리들과 어울려서 무례하고, 추악하고, 거칠고 사나워져서 무익한 일을 익히기 좋아하고, 남과 싸우며, 도둑질하고, 술 마시고 노름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과실을 저지른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과연 존재할까. 아마도 있다면, 비단같은 마음결에 존재하는 숭고한 효심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마음엔 송이송이 ‘효’꽃송이, 세상엔 알록달록 천년만세 ‘시들지 않는 꽃담’을 선사하고 있다.(졸저 한국의 옛집과 꽃담)'
부모은중경에는 부모의 열가지 은혜가 생각나는 날이다.
첫 번째 은혜.. 인연을 맺어 품어주신 은혜
두 번째 은혜.. 낳을 두려움을 받아들이신 은혜
세 번째 은혜.. 낳으실제 괴로움 잊으신 은혜
네 번째 은혜.. 좋은것만 가려 먹여주신 은혜
다섯 번째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신 은혜
여섯 번째 은혜.. 온몸으로 젖 먹여 길러 주신 은혜
일곱 번째 은혜..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 주신 은혜
여덟 번째 은혜.. 먼길 떠난 자식 걱정하시는 은혜
아홉 번째 은혜.. 자식위해 온갖 고생하시는 은혜
열 번째 은혜.. 사랑하고도 또 사랑하시는 은혜
나도 두 아이의 부모인데, 이 가운데 몇 가지나 실천하고 있나 물어본다. 특히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고 있나.
근래 유행하는 아버지 유형은 ‘프랜디(Frendy)’다.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랜디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함께 대화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같은 자상한 아빠를 가리킨다.
프랜디 아빠가 그렇게 놀아주지 않는 아빠보다야 백번 더 나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아빠들은 왜 아이들의 밥도 해서 먹이고, 아내 없이도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가 될 생각은 않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물어야 하지는 않을까.
전북대학교 아동학과 10학번 동기인 구민경, 김소리, 신은비, 이혜인, 정서혜 학생이 ‘남자, 아버지를 꿈꾸다’(도서출판 생각나눔)라는 책은 “아무런 노력과 준비 없이 아버지가 된다는 건 결국 자녀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까요?”라고 질문한다.
직장안에서 명예퇴직이니 감원이니 하는 강한 폭풍우와 맞써 싸우는 한편 집안에서는 가장이라는 버거운 사슬이 언제나 자리하는 고독하고도 슬픈 아버지, 그 아버지의 축에 나도 예외없이 본격적으로 끼여든 나.
아버지를 엄하고 무서운 사람으로 여기는 집도 있고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집도 있다.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돈벌어오는 사람 정도로 무시하는 집도 있다. 아버지를 친구처럼 지내는 집이 있는 반면 어머니 와는 달리 가깝고도 먼 존재로 생각하는 집도 있다. 직장에서는 감원 등 인사태풍을 이겨내야 하고 영업을 하려면 못마시는 술도 마셔야 하는 아버지.
이제는 아버지들의 강한 듯한 모습과 침묵 뒤에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음을 안다. 그런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집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친구들과도 더 많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가슴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닦아드릴 수 없다. 아버지의 눈물은 인내의 뿌리요 지혜의 샘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때로는 울고 싶지만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눈을 가진 사람.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마시는 술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인 사람. 그가 우리의 ‘아버지’다.
상징적인 비유 때문에 어머니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으로 흘러 심중에 고여 있다. 아버지는 어깨를 누르고 있는 세상의 무거운 짐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그 결과, 아버지의 이마에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은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흔적이다. 아버지의 무겁기만 한 발걸음은 삶의 힘겨움 때문이고 아버지의 꾸부정해진 허리는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이다. 가정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자연히 ‘나’는 없어지고 ‘가족’이 삶의 전부가 되면서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오히려 술 한잔으로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말없이 묵묵한 아버지가 툭 던지는 헛기침 소리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건재함을 알리는 짧고 굵은 신호다. 아버지란, 겉으로는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해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 대한 허무감과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움을 삼킨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강한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너무 약하고 쉬 지치는 연약한 한 인간이다. 자식들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 최고 기대는 자식들이 반듯하게 자라주는 것이며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그는 자신이 가는 길이 자식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말은 씨가 되어 자식의 꿈이 되고 삶이 된다. 자식은 아버지가 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방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의 힘이고 자식은 아버지의 힘이다. 하지만 성공한 아버지만이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는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무더위에 그늘의 덕을 베푸는 존재, 끝없이 강한 불길 같으면서도 자욱한 안개와도 같은 그리움의 존재가 아닐까.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전주교육지원청 덕진위센터에서 '아버지학교'가 개설하는데 따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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