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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호안미로의『찬란한 태양』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개막 4주 만에 4만 여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데 유독 눈길을 끌고 작품이 있다.

지난 10월 19일 개막, 2013년 2월 17일까지 전시를 하는 이 자리는 도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열기가 더해가고 있으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호안 미로의 작품 ‘찬란한 태양’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거장전은 전시가 진행이 되면서 다양한 작품 속에서도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특징. 부부에게는 사랑을 소재로 한 샤갈의 ‘모성애’ 작품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뜨거운 열정과 말년의 의지를 보여준 피카소의 작품을 선호했다.

하지만 특히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형상과 함께 탄성이 절로 나오는 호안 미로의 작품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한참을 머무르게 한다.

전북도립미술관 2전시실의 피카소와 샤갈작품과 함께 한쪽 벽면을 호안 미로의 작품 ‘찬란한 태양’(1976년 작)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84세 때 작품으로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이고 몽환적 분위기, 천진함과 자유분방함이 특징의 하나다. 어린 아이의 낙서처럼 어눌하지만,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 찬 화면은 순수한 형태와 색채의 조합을 통해 원초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미로는 스페인의 열정을 가슴에 품은 작가로 화면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태양은 미로의 고향인 스페인 북동부 카탈로니아 지방의 날씨를 상징하고 있다. 중앙의 형상은 여인을 그린 것으로 이 여인의 눈은 숫자 8을 옆으로 뉘어서 표현한 것이며,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 13의 변형으로 여성의 가슴과 모성, 그리고 에너지를 나타낸다.

이 작품을 포함한 100호 크기의 작품 3점과 그 보다 작은 5점의 작품까지 총 8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이 미로의 작품 앞에 서게 되면 크고 작은 제스처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탄성이 먼저 나오며, 아이들의 눈에 미로의 작품은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스페인의 위대한 화가들인 고야, 피카소, 달리의 뒤를 잇는 세계미술거장 호안 미로(1893-1983)는 1907년 바르셀로나의 미술학교에 입학, 1912년 이후에는 갈리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192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인 초현실주의는 무의식 세계, 꿈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호안 미로는 이러한 초현실주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초현실주의자의 시조인 앙드레 브르통은 호안 미로를 가장 중요한‘초현실주의자’라고 말했다.

호안 미로는 그의 후기 회화 작업 대신에 도자, 대형 입체물 등에 집중했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 작업 중 ‘판화’를 특별히 좋아했다. 195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판화부문 대상을 차지하고 1956년부터 1983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다양한 판화 기술로 수천여점의 판화를 제작하며 판화가로서의 길 또한 계속 이어갔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모든 것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한 호안 미로는 7세~13세까지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관찰하고 그리는 과정에서 세심한 관찰력과 감수성, 풍부한 상상력이 발휘됐다. 알고는 있지만 정작 실천하기 어려운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흥재관장은 “가볍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작품들을 접하는 기회를 늘린다면 추상 작품이어도 마음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며 “20세기 초현실주의의 대부이자 내면의 순수한 행복을 선사하는 호안 미로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를 도립미술관에서 가져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