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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꽃담

김정회고가

 

김정회(1903년-1970년)고가(고창군 고창읍 도산리 151번지, 전북 민속자료 제29호)에 활짝 핀 꽃담은 아름다운 산과 바다, 넉넉한 농촌, 들녘 풍경, 찬란한 문화유적 등 체험체류형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고창사람들의 여유를 노래하듯, 그 조형성이 더욱 탁월하다. 저마다 갯벌에서 잡아 올린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최고로 꼽히고 있는 것도 꽃담이 만들어낸 지극한 즐거움의 하나이리라.
 김정회고가는 일제시대의 대학자이자 서예가인 보정 김정회가 살던 옛 집으로 그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터전이라고. 1862년(철종 13년)경에 지은 전형적인 상류 계층의 가옥 형태로 현재 안채, 사랑채, 문간채, 행랑채 및 사당과 곶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용마루를 가진 팔각 지붕, 홑처마, 그리고 안마당 보다 높이 자리잡고 있는 안채의 가옥 양식이 보통 다른 집에 비해 아주 색다른 맛을 풍긴다. 안채 인근에 수 채의 가옥이 있었는데, 그중 몇채는 한국전쟁때 헐려 없어졌다고 한다.
 앞면 6칸, 옆면 3칸의 안채는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며, 후대에 양쪽에 각각 1칸씩 덧붙였다. 안마당보다 높이 자리잡고 있는 안채의 양식은 다른 집에 비해 특이하다.
 안채의 앞쪽에 위치한 사랑채는 앞면 4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집이다. 안채와 사랑채에 비해 훨씬 뒤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행랑채는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사람 인(人)자 모양인 간결한 맞배지붕집이다. 안채의 양쪽으로 곳간채가 1동씩 있으며, 안채 뒤로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김정회고가 입구의 연정교육문화연구소(소장 김경식, 김정회선생의 장손)를 향해 진행하면서 눈을 돌리니, 좌우측의 담장에 꽃담장이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한다.
 자잘한 기와 조각을 세운 후 빗금을 엇매기면서도 자못 규칙적이다. 상당히 곰살궃은 후손들이 열심히, 아주 정성스레 쌓았음을 알 수 있다. 맞담의 매력은 바로 이같은 정성으로 빚어지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의 전신인 경학원(명륜전문학원)에서 경학을 가르치기도한 김정회선생은 기우만에게 한학을 배우고 김규진에게 서화를 배웠다. 시, 서, 화에 고루 능한 까닭에 삼절로 통했으며, 특히 난과 죽은 당대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묵죽도 병풍과도 같은 꽃담 앞에서 보정선생의 예술혼을 아련하게 느껴본다. 대나무의 다양한 생태를 능숙한 필체로 표현하듯, 대문 좌우로 정갈하면서도 기다랗게 맞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편에는 글씨가, 왼편에는 살아꿈틀거리는 묵죽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호박꽃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면서 옛일을 주억거리게 만든다.
 작가의 특성이 가장 강하게 보여지는 대나무 작품이 경쾌하고 빠른 운필법으로 활발하고 동적인 요소를 드러내놓는 듯, 기상 넘치는 꽃담이다.
 도산리의 대나무를 삼백예순다섯날 바라보면서 마음의 창을 키워서 인가. 풍죽, 노죽, 묵죽, 청죽에 이르기까지 능숙한 필치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이 밤을 수놓는 청사초롱 하나둘씩 불을 밝혀 반짝반짝. 댓잎 사이로 산산이 부서지는 아침 햇살이 오늘따라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한 내 심사.
 고가의 안쪽 좌측 담장 역시 이같은 형태의 꽃담이 존재하며, 안채의 옆과 뒤편 역시 같은 류의 꽃담장이며, 안채엔 익숙한 합각이 보인다. 김정회선생의 난초와 대나무같은 기상이 한눈에 펼쳐지는 대상에 다름 아니다.
 바로 옆 도산서당(고창읍 도산리 136번지, 고창군 향토문화유산 제2호)에도 꽃담이 자리하고 있다. 도산서당은 17세기경에 세워진 전북의 대표적인 서당으로, 김기서 강학당(고창군 고수면 상평리, 전북 유형문화재 제100호), 스무재(입재)서당(상하면 검산리), 관서당(설립 연대 확인 불가), 현곡정사(고창읍 주곡리, 전북 유형문화재 제57호)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현재 만수당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인가와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 존재, 주위가 논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예로 부터 ‘섬뜸’으로 불리워지면서 명칭이 섬뜸서당이 됐다.
 깨진 기왓장을 이용, 투박한 솜씨로 토담에 꾹꾹 박아 놓은 기와 꽃담장이 사방으로 삥둘러 있다.
 또, 암키와들이 피라미드 형태로 수놓인 합각은 질박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선사하며 안동김씨 가문의 내력을 고스란히 펼쳐보이는 모습이다. 진한 묵향처럼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토석담이로다.
 김정회선생의 ‘묵죽도’ 같은 꽃담들아! 풍류와 여유를 자유자재로 노래하면서 5욕7정의 세파로 이글거리는 이내 마음을 다 잡아 화선지 색깔로 하얗게 수놓아다오. 글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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