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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꽃담

(9)자경전십장생굴뚝

 

 

조선시대 태종은 경복궁(사적 제117호)의 연못을 크게 넓히고 섬 위에 경회루를 만들어 임금과 신하가 모여 잔치를 하거나 외국에서 오는 사신을 대접하도록 했으며, 연못을 크게 만들면서 파낸 흙으로 아미산이란 지상 낙원을 조성했단다.
 미래의 추억이 곰삵아 발효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정성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정도전은 ‘시경’에 나오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 만년 그대의 큰 복을 도우리라’란 글귀에서 큰 복을 빈다는 뜻의 ‘경복(景福)’이라 했다.
 광화문-흥례문-근정문-근정전-사정문-사정전-강녕전-교태전을 잇는 궁의 중심축을 중심으로 좌우에 다양한 기능의 건물들과 시설들이 즐비하다. 경회루를 포함, 근정전 주변의 석수, 자경전 주변의 꽃담, 교태전 뒤의 아미산 굴뚝 등은 눈여겨 볼만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보물 제809호 경복궁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자미당(紫薇堂) 터에 고종의 어머니인 조대비((趙大妃, 신정익왕후)를 위해 지었으나 불에 타버려 고종 25년(1888)에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른다.
 특히 조선시대 정궁이라 할 수 있는 건물로 경복궁 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비전이다. 자경전은 대비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잠을 자는 침전 건물로, 총 44칸 규모이다.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서북쪽에 복안당이라는 침실을 두고 중앙에는 중심 건물인 자경전을 두었다. 또, 동남쪽에는 다락집인 청연루를 두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주변에는 수십 개의 집과 담장, 문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없어졌다.
 특히 지금은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가진 글자와 꽃, 나비, 대나무 형태를 흙으로 구워 새겨 넣은 아름다운 꽃담장과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조화있게 새겨 넣은 집 모양의 굴뚝이 남아 있어 한국의 미를 더욱 뽐낸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굴뚝(보물 제810호)은 자경전 뒤꼍 담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굴뚝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것이다.
 굴뚝은 네모 형태로, 가운데는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새겨 넣었다. 십장생 무늬는 가장 한국적인 무늬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조대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굴뚝은 벽돌을 쌓아 만들었고 그 위에 기와 지붕을 얹었으며 지붕 위에는 연기를 빠지게 하는 시설을 해 놓았다.
 때문에 굴뚝이면서 장식적인 기능을 충실히 하고 그 조형미 역시 세련되어 조선시대 궁궐에 있는 굴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굴뚝은 담보다 한 단 앞으로 돌출시켜 장대석 기단을 놓고, 그 위에 전돌로 쌓아 담에 덧붙여 놓은 게 특징의 하나다.
 벽면 상부에는 소로와 창방 서까래 모양을 전돌로 따로 만들어 쌓았고, 그 위에 기와를 얹어 건물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붕면 위에는 10개의 연가(煙家)를 얹어, 자경전 건물의 10개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여기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배려를 한 것도 읽혀진다.
 굴뚝은 너비 381cm, 높이 236cm, 깊이 65cm이고, 제일 아랫부분 좌우에는 불가사리로 알려진 서수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 위로 장방형 공간을 구획하여 해, 산, 구름, 바위,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바다, 포도, 연꽃, 대나무, 백로, 불로초 등을 조각했다. 그리고 윗부분에는 가운데에 용(나티), 그 좌우에 학을 새겨 놓았다.
 해, 바위, 거북 등 십장생은 장수(長壽), 포도는 자손의 번성, 박쥐는 부귀(富貴), 나티, 불가사리 등은 악귀(惡鬼)를 막는 상서로운 짐승으로 상징되고 있다.
 십장생을 이와 같이 장식하는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로부터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도자기·문방구류, 베갯모, 자수, 회사 등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원단에 궁궐에서 십장생도(十長生圖)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었다.
 이 십장생굴뚝은 교태전(交泰殿) 뒤뜰 아미산 굴뚝과 같은 종류의 무늬를 갖고 있으나 아미산 굴뚝이 평면이 6각형인 독립 굴뚝임에 비해 이 굴뚝은 담장에 딸린 장방형 굴뚝인 점이 다르다. 현재 굴뚝 상부에 반투명한 소재를 사용하여 보호시설로 지붕을 꾸며 놓았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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