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전통)꽃담

전북의 꽃담을 아십니까

 

 

우리 곁엔 상식을 뛰어넘는 담이 있다. 꽃담. 말부터 참 예쁘다. 비록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아 서자 취급을 받고 있지만 꽃담은 소통이요, 전북의 얼굴이요, 족보요,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위치를 점칠 수 있는 거물에 다름 아니다.
 여러 무늬를 놓아 독특한 치장을 한 벽체나 굴뚝, 합각(지붕 위 용마루 옆면에 삼각형 벽으로 꾸민 부분), 담장의 통칭으로 쓰고 있는 꽃담은 집주인의 성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초청한다.
 전북의 꽃담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도 소망한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그래서 우리네 전북인의 마음씨를 꼭 빼다 닮았다.
 올해로 전국의 꽃담을 찾아 나선지 13년째. 서울(11곳), 경기도(7곳), 강원도(2곳), 충청도(10곳), 전북(35곳), 전남(5곳), 경상도(15곳)로 확인돼 전북이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꽃담을 간직한 '꽃담 1번지'임을 직접 확인했다.(궁, 능, 흙돌담길, 사고석담 흔하기 때문에 제외)
 하지만 문화재(등록문화재 등)로 지정된 것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으로 체계적인 싵태조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칫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문화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 도동서원 강당사당부 장원(보물 제350호), 낙산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 등 단 4종의 꽃담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서서히 밀려나면서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천민과 백성, 양반, 그리고 황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5천년의 스펙트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문 소재인 꽃담이, 대한민국의 흙으로 만든 마지막 문화유산(문화재)인 꽃담이 건물의 일부로 판단돼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임실군 삼계면 녹천재 꽃담은 ‘용(龍)’자, ‘청(靑)’자, ‘아(亞)’자 4개, 태극 문양, ‘부(富)’자, 또 다른 태극 문양, 그리고 다시 ‘아(亞)’자 4개가 리듬감있게 자리하고 있으면서 널찍한 문자도와 상상도, 그리고 희망도를 잔뜩 그려 놓은 한국의 대표 꽃담으로 보인다. 또, 임실군 오수면 용정리 용정 마을회관 바로 건너편 이강수가옥의 꽃담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각에 건축 연대가 드러난다. 합각에 쓰인 ‘갑자(甲子)’는 고 이기원씨(1924년-2005년)가 출생하던 해가 ‘갑자년(1924년)’으로, 이때 지은 집이기 때문에 글귀로 상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집주인 이강수씨의 설명.
 고창 선운사 옆 동백군락지 부근 김성수별장(또는 재실로 부름)은 투박한 모양의 꽃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담장의 좌측에 ‘아(亞)’자를, 우측에 ‘쌍(囍)’자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꽃술을 2개씩을 거느린 꽃 한송이 정중앙에 소담스럽게 피어있으며, 특히 키작은 굴뚝엔 '쌍희(囍)’자가 그 조형성을 더욱 뽐내고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다양한 선의 굵기와 모양 등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임실 사선대의 꽃담은 와편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임실 영모재(신평면 대리마을)의 꽃담도 사라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정부인여산송씨’ 여각은 온데간데 없고 달랑 ‘묘갈명 병서’란 비 1기와 함께 흙담의 4곳(담장 입구 좌측 2곳, 오른쪽 1곳, 옆 담장 1곳)에 꽃담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모두 헐리고 담장만 덩그렇게 남아 있어 얼마나 더 버틸 지 존재가 의심스럽다.
 이들 꽃담은 걷고 싶은 길의 새로운 테마가 되며,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전북 소개 달력으로 활용됨은 물론 다큐멘터리, 간행물, 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의 부재료 및 주재료의 소재등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로 널리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전북의 꽃담은 분명히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콘텐츠로 충분히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보존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최성미 임실문화원장은 "임실에 귀중한 꽃담이 여러 곳에 산재하고 있는 만큼 절저한 보존과 함께 관계 당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그대로 담은 꽃담이 아름다운 의장으로 후손에게 잘 물려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로 널리 활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전북의 꽃담 분포도

고창(8곳)

 

용오정사(무장면 덕림리)/송양사(해리면 송산리)/인촌김성수 생가(부안면 봉암리)/김성수별장(선운사 내)/김정회고가(고창읍 도산리)/만수당(고창읍 도산리)/석탄정(고창읍 율계리)/무장현 관아와 읍성(무장면 현내리)

 

전주(6곳)

 

전동성당 사제관/전주 한옥마을 최부자댁(승광재 옆)/서낭당로(합각)/구수길(합각), 조경단(덕진동)/조경단 제실(덕진동)

 

장수(5곳)

 

장재영가옥(번암면 노단리)/어서각(번암면 노단리)/권희문가옥(산서면 오산리)/정상윤가옥(산서면 사계리)/창원정씨종가(산서면 사계리)

 

군산(3곳)

 

이돈희가옥(임피면 읍내리)/이희숙가옥(나포면 주곡리)/원주변씨제각(나포면 장상리)

 

임실(3곳)

 

영모재(신평면 대리마을)/녹천재(삼계중학교 뒤)/이강수가옥(오수면 용정리, 합각)

 

익산(3곳)

 

조해영가옥(함라면 함열리)/김안균가옥(함라면 함열리, 벽화형꽃담)/함벽정(왕궁면 등용리)

 

정읍(2곳)

 

김동수가옥(산외면 오공리)/정읍 영모재(진산동)

 

김제(2곳)

정석주가옥(금산면 성계리)/금구(금구면 서도리, 합각)

 

완주(3곳)

 

호산서원(삼례읍 후정리)/삼례역(삼례읍 후정리)/화암사(운주면 경천리,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