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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모내기때 먹는 새참, 꿀맛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 어떤 밥이냐고 물으면 모내기할 때 먹었던 새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래 전에 못보았던 새참은 정말 꿀맛이었지요. 들에서 먹는다는 것,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려서 먹는다는 것, 그리고 비지땀을 흘린 뒤에 먹는 밥이라 그토록 맛있었을 테지만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새참이 꿀맛이긴 마찬가지였답니다.

 

 새참은 집집마다 조금씩 종류가 다를 수밖에 없었지요. 부잣집에서는 심심찮게 쌀밥에 감자를 넣고 조린 갈치조림, 고깃국 등이 나오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꽁보리밥에 열무김치, 풋고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새참에는 찐 감자도 한 몫을 차지했지요.

 

 밥 대신 국수를 삶는 경우도 흔하게 있었습니다. 조금 더 고급스러웠던 국수는 콩가루 물에 말아먹기도 했습니다. 새참에는 절대 빠지지 않던 단골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막걸리입니다. 양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들고 가는 건 주로 아이들 몫이구요, 새참을 머리에 인 엄마가 훠이훠이 논둑길을 걸으면 그 뒤에 막걸리 주전자를 든 저와 꼬리를 촐랑이는 바둑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부지런히 쫓아가던 평화로운 풍경은 생각만 해도 미소가 머물었지요.

 

 지금, 전북은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도시에서 산지 오래 되었건만 해마다 모내기철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농사일이 기계화로 수월해진 탓에 부모님께서 조금 덜 힘드실 거라 생각하면 기계화되는 농촌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겨웠던 풍경들이 사라져 가는 걸 보면 안타까움도 없잖습니다.

 

 때문에 고향의 모습이 아무리 변한다 할지라도 내 마음속에는 지울 수 없는 그리운 풍경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니 그것도 감사할 일이네요. 삭막한 도시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한 풍경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너머로 모내기를 하는 모습,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먹잇감을 찾느라 분주한 백로의 날갯짓을 통해 그때 먹었던 새참의 오묘한 맛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