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천안함 사고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바닷속 환경이나 잠수에 대하여 알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수중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듯 하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은 “천안함 인양작업에 참여 안했느냐?”, “古 한준호 준위는 왜 잠수 중 사고를 당했느냐?”, “감압챔버는 뭐하는 물건이냐?”등 상당부분은 잠수 또는 인양에 관한 것들이다. 질문의 답을 듣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천안함 인양작업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 수중발굴도 위험하고 힘이 들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역과 현재 수중발굴을 실시하고 있는 충남 태안 마도 해역과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백령도의 40m가 넘는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 그리고 나쁜 기상상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천안함 인양작업과 수중 환경 자체를 비교하자면 현재 발굴현장의 20m정도의 수심 그리고 빠르기는 하지만 백령도해역에는 미치지 못하는 조류의 속도는 수중발굴의 어려움이나 위험성이 수심의 비율처럼 절반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육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수중에서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항상 위험이 따르며 그것은 목숨과도 직결되어 있어 어떠한 작업이 위험한지는 수치상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나라 수중발굴의 대부분은 갯벌에 묻혀 오랜 시간동안 유물의 보존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서해안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유물의 신고지점 비율만 봐도 서해안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해안은 주의하지 않으면 순간 몸이 떠내려가는 빠른 조류, 몇 십 센티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탁한 시야, 잦은 안개와 높은 파도와 같은 나쁜 기상 등 수중발굴을 하기에는 힘든 요소가 많이 있다.
사진 1은 지난 5월12일 오후1시경 마도1호선을 인양했던 수심 18M 물속에서 작업 중인 수중조사원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마치 한밤중에 작업을 하는 것처럼 암흑이며 뿌옇게 부유물이 흐르고 있다. 이러한 곳도 다음날이면 1~2m앞이 훤히 보이는 시야로 바뀌기도 하며 예측하기가 어려운 곳이 수중이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과 위험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발굴인 신안해저발굴조사(1976~1984년) 실시(문화재관리국) 이후 군산 비안도(2002~2003년), 십이동파도(2003~2004년) , 보령 원산도(2004~2005년), 신안 안좌도(2005년), 야미도(2006~2009년), 충남 태안 대섬(2007~2008년), 충남태안 마도(2009~현재) 등 수중발굴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자체 실시하였다. 십년도 안 되는 짧은 자체발굴의 경험과 열악한 여건에서도 많은 노력과 열정으로 여러 척의 고선박과 다량의 유물을 인양해 왔으며, 2010년 현재도 작년에 인양한 마도1호선에 이어 마도2호선을 수중발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수중발굴의 성과들은 수중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유물이 다량으로 발굴된다는 점에서 언론은 ‘보물’, ‘보물선’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 등을 사용하며 흥미위주로 기사를 다뤘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수중발굴의 과정이나 학술적인 성과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양되어진 유물의 양과 값어치에 관한 관심이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일반인들에게 수중발굴이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수중발굴의 방법은 육상발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유물의 매장여부 등이 확인되면 발굴 조사를 행하게 된다. 발굴과정에서 얻어지는 유물과 자료들은 연구를 통해 분석되어지고 얻어진 자료들은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 수중고고학의 발굴방법과 자료들을 육상고고학의 것과 비교하면 뭔가 부족하고 섬세함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육상고고학에서 중요시하는 층서의 확인을 위하여 맛있는 케익을 예쁘게 잘라놓은 듯한 지층의 수직단면이나 정확히 직각들을 이루며 오차 없이 얽혀있는 그리드 라인들을 보고 있으면 수중의 그리드나 트렌치 조사를 통한 지층은 한 눈에 봐도 뭔가 어설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중은 조류의 영향으로 땅을 제토 하는 순간 토사들은 무너져 내리며 퇴적되고 그리드 역시 깜깜한 한밤중에 측량을 하듯이 몇 십 센티 앞만 겨우 보이는 곳에서 수 십 미터의 라인들을 오차 없이 설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물의 발견 역시 육상처럼 신속한 대처와 발굴 진행이 쉽지 않다. 수중조사원이 수중에서 유물을 발견하면 촬영기록을 위해 선상에 대기하고 있는 수중촬영자가 준비하고 수중에 들어가는 시간만 하더라도 수 십분 걸리며 그 수 십분 사이에 일부 유물들은 조류나 수중환경의 영향에 의해 훼손되거나 손실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방법들을 발굴현장에서 적용하기도 하며 수정, 보완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진처럼 예전에는 부피가 크고 사용하기가 힘든 에어리프트(Air Lift)방식의 제토 장비를 사용하다가 현재는 슬러지펌프(Sludge Pump)를 이용하여 좀더 섬세한 발굴을 하고 있으며 다른 장비와 방법들 역시 우리나라 수중의 상황에 맞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시간이 흐르면 그것들은 더욱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며 우리의 수중발굴 수준도 한층 진보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중발굴이 이뤄진 30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동안 수중발굴의 불모지였던 이 곳에 잠수라는 활동과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접목시키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열정을 선배들은 해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수중문화재의 매장량은 방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에 힘들고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보다 안전하고, 섬세하며, 효과적인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중발굴은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아이처럼 앞으로 나가고 헤쳐야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아이가 일어서고, 걷고, 뛰기까지는 주위에서 보살펴 주고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듯이 수중발굴도 마찬가지로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 멀리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멈추지 말고 가까이 다가와 격려해주고 두 손을 잡아 도와주면 우리 수중발굴은 더욱 빠르게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홍광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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