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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디지털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상상력

 

 

나무 모양을 형상화한 백남준의 ‘로그인을 할수록…’ ⓒ 장윤경

지난 17일, 디지털도서관에서 백남준의 ‘로그인을 할수록…’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원제는 ‘More Log In, Less Logging’. 재미있게도 ‘로그인’과 ‘로깅(벌채)’이라는 유사한 발음의 단어를 병렬해놓은 모습이다. 이 제목은 로그인을 할수록 종이 사용이 줄어들고, 결국 벌목이 줄어든다는 작품의 의미를 그대로 녹여낸다. 환경과 상통하는 첨단 기술, 미디어의 비물질적인 소통을 작품화한 백남준. 그의 한발 앞선 녹색 메시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디지털 도서관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도서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 날개를 달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디지털도서관 ⓒ 장윤경

지난해 5월 25일 개관한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은 최신 하이브리드 도서관이다. 첨단 미디어 환경을 제공하는 포털 시스템 ‘디브러리(dibrary)’와 더불어 디지털좌석, 복합상영실, UCC제작 스튜디오, 대형 멀티비전 판넬 및 멀티미디어 갤러리 공간 등 대규모의 디지털열람실 500여석을 두루 갖춘, 그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완벽한 결합의 결과이다.

디브러리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국내외 자료의 목록 정보 및 원문 정보, 웹 DB,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공하는 석·박사 학위논문, 네이버 책 정보 등 총 1,100만 건 이상의 학술정보 통합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전문정보를 총 3,400만 건 이상 통합검색이 가능하며 해외 주요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의 학술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간체, 베트남어, 일본어, 필리핀어, 태국어 등 총 7개 언어로 서비스 되어 다문화 소통을 지향하며,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구축되어 있다.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나는 한국 디지털아트의 단면

'아트@디브러리’, 관계자들이 개막식 커팅을 준비하고 있다 ⓒ 장윤경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5월18일부터 7월30일까지 디지털아트전 ‘아트@디브러리(Art@dibrary)’전을 기획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도서관 곳곳의 시설을 이용해 다양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영상매체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애령 씨는 2002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감독을 맡는 등 유럽과 한국에서 다수의 전시를 도맡아왔다. 그는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의 주제가 ‘디지털 상상력’임을 밝히며, 특히 작품과 매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시작으로 미디어아트, 멀티미디어아트, 뉴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한 디지털아트는 특히 정보산업과 첨단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한국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디지털아트의 발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장의 풍경.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재미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장윤경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트@디브러리’는 현재 한국 디지털아트의 의미 있는 초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명의 작가의 30여 점의 작품은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여 시, 공간을 넘나들며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조직과 권력을 풍자한다. 디지털테크놀로지의 속성에서 내용과 형식을 찾고, 미디어를 이용해 동시대적 감성을 표현한 것이다. 매체와 작품 간의 연관성, 예술적 시각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들은 한국 디지털아트의 특성과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다.

방방곡곡 손에서 만나는 디지털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은 1주년을 기념하여 전시뿐만 아니라 주한 외국대사를 초청한 디지털도서관 투어와 전시 관람(5월24일), 인문학의 길 걷기와 콘서트(5월29일), 국제회의(6월14~16일)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방방곡곡 디지털 콘텐츠 이용 확대를 위한 2차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2월 1차로 농,어촌의 소규모 도서관과 디지털도서관을 연결한 데 이어, 6월 총 884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이용하는 패키지형 디지털지식정보 ‘디지털 콜렉션’을 시범구축하고, 이를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바야흐로 ‘손 안의 도서관’ 시대가 머지않은 것이다.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소통의 나눔이 함께하는 디지털 도서관. 교류, 교육, 체험, 휴식이 가능한 도서관으로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1주년 기념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도서관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장윤경(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