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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한빛예술단, 아름다운 공존의 세상으로!

'SBS 스타킹'에서 당당히 3승을 차지했던, 조금 특별했던 합창단을 기억하십니까?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의 한 장면 Ⓒ SBS

바로,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갖춘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연주 ˙ 합창단, '한빛 예술단' 입니다. 한빛예술단은 음악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우리 모두가 이웃과 가족으로 더불어 살아가고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온 세상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신감 부여와 장애극복의지를 고취시키고, 음악적 재능을 발굴 육성 함으로써 음악을 통한 직업 창출 및 자립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것이 예술단의 설립 목적 입니다. 

5월 5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88회 어린이날 기념행사 '사랑하고 사랑받는 어린이'의 공식행사 중 축하공연을 하러 모인 한빛예술단원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좌)코엑스 오디토리움 (우) '사랑하고 사랑받는 어린이' 홍보 현수막 Ⓒ 노영은  

"우리 모두가 천사라면~" 어디선가 천사들의 하모니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화음을 따라 갔더니 한빛예술단의 지휘자 님과 오늘 무대에 설 단원들이 최종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 다시 시작!"
"지우야, 그게 아니지! '하 하 하' 할 때 스타카토 처럼 딱 딱 끊어줘야해!"
"옳지 옳지, 잘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님이 여기 있었군요! 천사같은 단원들을 키워내신 8할의 주인공, 한빛예술단의 지휘자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무대 오르기 전 최종 연습 중인 한빛예술단-빛소리중찬단원들과 지휘자(가운데)님 Ⓒ노영은 

- 한빛 예술단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예술단은, 시각 장애인 음악 단체 입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대학교를 졸업한 성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구요, 크게 성악 파트로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빛소리 중창단'이 있고, 성인합창단 '체리티 합창단'이 있습니다. 또 브라스 앙상블, 타악 앙상블, 현악앙상블도 있구요. 또 대중가요를 부르는 '블루오션' 이라는 팀 '현악앙상블'도 있구요. 다양합니다. 오늘 공연하러 온 팀은 한빛예술단 안에 소속 된 '빛소리 중찬단'원 들입니다.

- 단원 선발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주로 한빛맹학교 초등학생들로, 노래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1년에 한번 정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나요?
네, 있어요. 선발 기준이 꼭 노래를 아주 잘하기만 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같이 다니려면 생활 적인 면에서 어느정도 또 신변처리라던지 스스로 잘할수 있는 애들을 뽑거든요. 저희가 공연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그런 활동하는 부분에 있어서 같이 다른아이들과 조화를 이루어서 다닐만한 그런(...)  심력이랄까?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보기때문에 물론 탈락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 어떻게 해서 '한빛예술단'의 지휘를 맡게 되셨는지?
지금 음악 전공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전공과에 있는 선생님들이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팀을 맡게 되요. 저는 예전에 초등학생 음악지도를 조금 해봤어서, 맡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장애인들을 가르치시는데 힘드신 점과 보람된 점?
학생들이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하고는 세상에 요즘 유행하는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좀 많이 보호가 되어 있는 면이 있어요, 노출이 자주 안되있기때문에. 그래서 순수한 면이 참 많죠. 더 어린아이다운, 어른화되지 않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특성들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동요를 불러도 더 그 동요의 맛이 동요 답게 부를 수 있는 순수한 부분들이 노래에 묻어 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기숙사 생활을하는 애들도 많거든요, 얘네들이 1학년에 들어오게 되면 고등학교 3학년 까지 거의 같은 반으로 지내거든요. 그래서인지 친구같은 느낌보다는 가족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어요. 아이들의 순수함 위에 가족같은 정이 더해지니까 환상의 호흡이죠. 소리를 만들때에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늘 모여서 연습하다 보니까 소리도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것 같고, 그 소리도 다른 중창단과도 참 다른 것 같아요. 얘네들은 원석같은, 천연의 보석 같은 느낌 이랄까요? 사람들이 그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 점이 보람되죠.

- 시각장애인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데, 지휘를?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기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지시하는 것을 지휘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우리 애들은 이어폰을 끼고 제가 지휘를 하면 저의 소리로 지휘를 듣는거죠. 또 사전에 공연연습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공연 중에도 저와 아이들 모두 이어폰을 끼고 있구요, 그때 그때마다 지시를 합니다.

- 지휘자님의 꿈은?
제가 어떻게 이 아이들을 통해서 이루고 싶다는 부분보다, 이 아이들이 저를 만남으로 인해서 이 아이들의 그런 어린 시절들이 굉장히 행복하고 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때 성공을 했다라는, '성공경험'을 많이 쌓아주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 인생에 있어서 어려운 일이 있거나, 꼭 음악을 안해도 괜찮아요, 진로가 다른 쪽이어도, 저와 같이한 활동들이 초석이 되어서 그 어려움들을 헤쳐나가서 성공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을 보는 것이 제 꿈이예요.

돌아 보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도 분주히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한빛예술단의 알토를 맡고 있는 김종서 군에게 인사를 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노영은이라고 합니다. 잠시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라는 저의 질문에, 시각장애인 종서군은 더듬 더듬 카메라와 제 손을 만지더니, 잠깐 망설이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 한빛예술단에 지원하게 된 동기?
특별히 오디션은 안봤고, 그냥 선생님이 저를 뽑으셔서 하게 되었어요 ^^;

- 오늘 공연에서 어떤 곡들을 부르는지?
'모두가 천사라면'이라는 곡과, '꿈에 궁전 찾아가자'. 둘 중에 '꿈에 궁전 찾아가자'가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무대에서 무용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게 참 재미있고 신나거든요.

- 공연 전인데, 기분이 어떤지?
긴장되지만 자신있게 공연하겠습니다.

- 연습 때가 즐거운 지, 무대에 설 때가 즐거운 지?
무대에 설때요. 왜냐하면 오늘 공연을 반드시 성공해서 선생님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관람객들에게 박수도 많이 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 한빛단원으로서 자랑스러운 점?
저희가 SBS 스타킹에 나갔었거든요. 그 때 1,2,3승을 했을 때 가장 자랑스러웠어요.

- '음악'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선물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능력을 가지게 된 거요.

- 앞으로 종서 군의 꿈은?
제 꿈은 드러머 입니다. 드럼을 치면 재미있고 제가 그걸 또 좋아하니까 멋진 드러머가 되고 싶어요.

종서 군의 당찬 꿈이 꼭 이루어 지길 바라는 맘으로 그의 손을 꼭 한번 잡아주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은 없지만,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발달된 청력이 있고, 외계의 소리를 담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천부적으로 소리에 민감하여 상당수가 절대음감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들이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를 대표해서 노래를 부르는 거니까 어떻게 해야될까?"
"(단원들 모두 한 목소리로) 잘해야해요!"
"잘해야 되겠지? 우리는 시각장애인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잖아. 어린이 대표로 노래하는거야. 그러니까 힘있게 잘하자 알았지? "
"(모두) 네~"
"화이팅 한번 할까?"
"(지휘자님, 단원들 함께) 빛소리 빛소리 화이팅!"

'화이팅'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고, 단원들과 지휘자님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서로가 서로의 눈이 되고 발걸음이 되어 무대로 향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합창하고 있는 한빛예술단원들의 모습 Ⓒ 노영은

그들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은 잠시 술렁거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그들의 천사같은 목소리에 매료되어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고 같이 율동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이 장면이 바로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선 '공존'의 순간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앞으로는 그 순간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 소망은 장애인들 혼자서 이루어 내는것도, 비장애인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합니다.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 없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담을 허물고, 장애를 우리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저마다의 개성이나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한빛예술단'. 시각장애라는 벽을 넘어, 무수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음악활동을 전개하는 그 날까지 우리들의 뜨거운 성원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함께 외쳐볼까요? "빛소리 빛소리, 화이팅!"

글,사진/노영은(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