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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문화

5월의 여왕 장미

5월 14일은 로즈데이(Rose Day)라 불린다. ‘오월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미만큼 신화와 전설이 많은 꽃도 드물 것이다. 장미꽃은 미의 여신 비너스와 관련이 깊다.

영원한 아름다움과 신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로마 신화 속 비너스(Venus)는 신들의 왕 제우스(Zeus)와 바다의 신 디오네(Dione)의 결합으로 인해 바다의 물거품 속에서 태어났다.

비너스는 “나도 신들처럼 아름다움을 창조할 힘이 있다”며 땅에 장미를 꽃피우게 했다. 장미의 아름다움을 본 신들은 감탄하면서 신들의 술 넥타(nectar)를 손수 따라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 신비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의 상징 비너스 신화에는 꽃의 여왕 장미가 항상 등장한다.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 속에서 장미꽃과 함께 태어났다고 한다. 사진은 1486년 이탈리아의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와 큐피드에 얽힌 장미의 전설

비너스가 사랑에 빠진 것은 자기 아들 큐피트가 쏜 화살이 잘못 날아가 비너스의 가슴에 맞았기 때문이다. 큐피트의 화살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화살에 맞은 비너스는 미소년 아도니스가 숲에서 사냥하는 용감한 모습을 보았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이후 아도니스가 산돼지의 이빨에 옆구리를 찔려 죽었을 때, 비너스는 아도니스를 살리려다 장미의 가시에 발을 찔리고 만다. 그 때 그녀의 발에서 나온 피가 백장미에 묻어 붉은 장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아도니스가 죽었을 때 그 피와 비너스의 눈물이 섞여 진홍빛 장미가 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너스가 아도니스와 놀다가 장미 가시를 밟게 되자 창피해져 얼굴을 붉힌 까닭에 흰 장미꽃이 붉어졌다고도 한다.

비너스는 군신(軍神)인 마르스(Mars)보다 미소년 아도니스를 더 사랑했다. 그러나 마르스는 비너스를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아도니스를 땅에다 던져 버렸다. 애인을 구하려 달려든 비너스는 흰 장미 숲에 쓰러져 가시에 찔리게 되었다. 이 때 흘러나온 그녀의 피가 백장미를 붉게 물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붉은 장미는 사랑의 꽃이자 비탄과 저주의 꽃이기도 하다. 

▲ 장미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갖가지 신화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영국에서는 장미전쟁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장미를 둘러싼 전쟁도 있다. 유명한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이 바로 그것이다. 1455년부터 1485년까지 무려 30년 동안 왕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영국의 피비내 나는 내란이다.

당시 잉글랜드 왕권을 놓고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싸운 장미전쟁의 이름은 랭커스터 가문이 붉은 장미, 요크 가문이 흰 장미를 각각 문장(紋章)으로 삼은 것에서 유래한다. 결국 유명한 헨리 7세가 등장하며 튜더왕조 시대를 열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장미 주고받는 로즈데이

오늘은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아름다운 장미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로즈데이다. 나라별로 장미의 날이 있지만, 장미꽃이 가장 만발할 때를 로즈데이로 정하기 때문에 날짜는 각자 다르다.

가문을 중시하는 영국에서는 요크가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6월 10일을 화이트 로즈 데이(White Rose Day)로 기념하고 있고, 장미가 국화(國花)인 미국은 6월 12일을 레드 로즈 데이(Red Rose Day)로 축제를 펼친다.

사람들은 흔히 장미를 선물할 때 상대방의 나이만을 고려해 그 수만큼 선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장미는 공통적으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그 색깔이나 개화 정도에 따라서도 꽃말이 달라진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송이 수에 따라 의미를 부여해 선물하는 경향이 많다. 꽃말과 송이 수의 의미를 잘 새겨 상황에 맞는 장미를 선물한다면 상대방에게 더 큰 호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