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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현대건설과 창덕궁


‘창덕궁 옆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지금의 계동사옥으로 이전해 온 것은 지난 1983년의 일이다. 오랜 기간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사적 제122호)과 이웃사촌으로 지내다 보니, 현대건설이 창덕궁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현대건설이 단지 창덕궁과 인접해있다는 이유가 창덕궁 지킴이로 나선 까닭의 전부는 아니다. ‘건설名家’를 추구하는 현대건설이 창덕궁 지킴이활동이라는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문화와 전통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 바로 옆에 창덕궁이 있지만, 지금껏 이렇다할 봉사의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창덕궁을 돌보고 가꾸는 일은 우리 모두와 미래세대를 위해 뜻 깊은 일이라고 판단하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7월 문화재청과 사회공헌 협약을 맺고 창덕궁 지킴이로서 참여할 당시, 이를 주도했던 노조 간부의 말이다.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지금, 창덕궁 지킴이 활동은 현대건설 내부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을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창덕궁 지킴이 활동을 통해 기업의 문화와 전통이 새롭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현대건설 신입사원 교육의 풍경에서 잘 엿볼 수 있다. 신입사원 교육의 마지막 통과의례는 창덕궁 종일 자원봉사활동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창덕궁 지킴이 활동은 이제 현대건설에 입사하는 신입직원들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매월 한 차례 현대건설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참여하는 ‘창덕궁 가족봉사활동의 날’도 직원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되었다. 창덕궁 지킴이 활동이 어느덧 ‘자녀와 대화하는 날’로 바뀐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 국왕이 매년 봄, 가을 영농에 참여함으로써 농업을 장려했던 창덕궁 청의정 모내기와 벼 베기 행사는 현대건설의 후원과 참여로 창덕궁의 대표 명물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듯 현대건설의 창덕궁 지킴이 활동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주목할 점은 그 변화의 시작이 ‘위로부터의 결정’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참여’였다는 점이다. 향후 현대건설 직원들의 창덕궁 가꾸기 활동이 한층 기대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글·사진 | 강임산 문화재청 민간협력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