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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사라져가는 국보,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위기

사라져가는 국보,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위기

2년 전, 2008년 2월 10일.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대한민국 국보 제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화재로 까맣게 타버려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2006년 개방된 이후 2년 만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소홀한 문화재 관리에 모두가 분노했었고, 문화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었다.

숭례문 화재 발생 후 처참한 모습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국보인 울주 반구대 암각화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방치되어 있음에 또다시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란?!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전경 ⓒ 한국미술사학회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 234-1번지에 위치한 선사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의 국보 제285호인 문화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화강의 한 지류인 대곡천 중류의 높이 약 30m 정도의 절벽 1/3 하부 부분에 폭 10m, 높이 3m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암각되어 있는 암각화이다. 주암면의 윗부분의 지층이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빗물이 집적적으로 암각화면에 떨어지지 않고, 주암면에 이어진 암벽이 강변 방향으로 90도 가까이 꺾여 나와 있어서 석양 무렵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햇빛이 들지 않는 암각화 보존의 환경으로써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세부 모습 ⓒ 한국미술사학회, 한국 암각화의 도상과 조형성 연구(김호석)

이 울진 반구대 암각화의 내용은 크게 바다동물과 육지동물, 사람, 도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바다동물로는 고래, 물개, 바다거북 등이 발견되며, 육지동물로는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이 보인다. 사람은 얼굴, 정면상, 측면상, 배에 탄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도구는 배, 울타리, 그물, 작살, 방패, 노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즉,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인들의 사냥과 고래잡이 장면, 바다고기와 각종 육지동물을 표현하여 선산시대의 역사, 문화생활과 신앙을 예술적, 창조적으로 승화한 걸작이며, 세계적으로 그 예가 없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가 훼손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해양계와 육지계 생물이 함께 그려진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료이고, 우리 민족의 기원과 문화 원형을 알려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는 훼손됨을 넘어서서 무너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암각화는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1년 중 8개월을 물속에 잠겨있는 상황이고, 물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소용돌이로 인하여 계속하여 부식이 일어나는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고이 보존되어도 모자랄 상황인데 장시간 노출, 침수로 인한 절리, 층리, 박편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훼손되고 있다 ⓒ 한국미술사학회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의 체계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고자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연댐 수위조절(대체 수원 확보), 수로변경, 차수벽 설치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여 울산광역시 및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실무협의, 공청회 등을 거쳤다. 하지만 주변 역사경관 및 자연환경 파괴, 울산 시민들의 식수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시급한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게 됨으로써 줄어드는 용수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원 확보를 우선시하는 울산시와의 협의가 오랜 시간 지연되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현재 수원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용수가 부족함을 이야기하며 20000톤의 수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이끼벌레 ⓒ 한국미술사학회

이러한 각 기관의 입장차로 인해 울진 암구대 반각화의 보존을 위한 대책은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 됐다. 물론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댐의 수위를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 한다면 한시 바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선진화, 문화강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하여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으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시점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보이자 세계적인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의 이러한 훼손상태를 보면 머리를 갸웃거리게 된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역사를 말할 때, 반만년의 역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원을 말해주는 반구대 암각화가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도 괜찮은 것일까? 2년 전 국보를 잃었던 그 순간의 슬픔을 또다시 경험해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글/이창원(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