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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청보리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방장산은 그림으로 치면 고창의 배경이 됩니다. 바야흐로 공음면 선동리의 학원농장은 울퉁불퉁 기묘한 산을 뒷그림으로 보리밭의 파란색과 농부가 갈아놓은 황톳빛 땅이 교차하면서 미묘한 5미6감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보리가 너울대는 고창 들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과연 장관입니다. 고개를 내밀고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하기만 합니다. 아니, 푸르다 못해 눈이 다 시릴 지경입니다.

 

 잠시, 보리개떡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봅니다. 외할머니는 타작을 마친 보리를 말려 정미소로 가지고 가 도정을 하면 겉껍질이 벗겨지고, 바로 그 다음 중간에 낀 노릿한 가루가 나오는데, 그 가루를 이용하여 만든 보리 개떡을 늘상 해주셨습니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늘 그 보리개떡을 입에 물고 살다시피 하였으니 웰빙이 뭐 따로 있습니까.

 

 24일부터 5월 9일까지 학원농장에서 제7회 고창 청보리축제가, 5월 1일부터 5일까지 미성동에서 제5회 군산꽁당보리축제가 각각 펼쳐집니다.

 

 진녹색의 보리밭 사잇길을 걸어보며 그 옛날의 보릿 고개를 기억하는 어른들은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농촌체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흔히들 답답한 사람을 일컬어 흔히 ‘쑥맥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쑥맥'이란 말은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나온 말임에는 분명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콩과 보리를 구별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는 그만큼 콩과 보리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 아닌가요.

 

 이내, 반짝반짝 보리밭 사잇길로 산산이 부서지는 아침 햇살을 맞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처럼 '까칠하고' 않고 '까실까실 정이 메마르지 않았던' 선조들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전민일보 이종근 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