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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한국의 누와 정, 선비의 마음을 읽다

 

 

 

 

 바람과 달의 주인이 되는 곳, 산수풍경, 선비의 마음자리를 물들이다.
 한국의 누각과 정자는 자연경관 감상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며 동시에 선비들이 공유한 정신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누각과 정자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연 속 누정을 감상하는 심미적 만족과 더불어 선비들의 사상과 문화를 읽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누각’ 혹은 ‘정자’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풍경이 있다. 고즈넉한 산수풍경 속에 자리한 단아한 목조 건물. 사방이 활연히 트인 그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진다. 누정은 우리에게 자연 속에 자리한 옛 선조들의 여유 있는 삶의 흔적으로 기억된다.
 ‘선비 마음을 다스리다-한국의 누와 정(글 허균, 사진 이갑철, 다른세상, 값 2만8000원)’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수많은 누정 중 정서적 만족감과 경관 감상의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쉰한 곳의 누정을 편안하게 소개한다.
 누와 정은 자연경관 감상과 휴식을 주된 목적으로 지어진 간소한 목조 건물이다. 하지만 어디에 어떤 용도로 지어졌는지, 이름을 갖게 된 내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누정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갖는다.
 산수를 울타리 삼고, 구름을 병풍 삼은 자연 속의 누정부터 개인의 별서 정원이나 사찰, 궁궐에 있는 누정까지. 누정은 이윽고 저마다의 풍경 속에서 선비들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전국 500여 개의 누정을 돌아다닌 끝에 쉰한 곳을 선별한 저자는 누정 명칭의 어원과 유래, 배후사상, 주변 환경 등을 심도 있게 서술하면서 당대 선비들의 마음자리를 되짚었다.  누정과 주변 풍경을 작가적 안목으로 포착한 이갑철의 사진은 누정은 물론 주변 풍경의 향취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허균씨는 “산수가 빼어난 곳은 물론, 별서 정원이나 서원, 궁궐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누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누각과 정자에는 그 이름을 알리는 편액이 걸려 있고, 창건한 기록이나 중수한 기록, 또는 탐방객들이 쓴 시들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철학이나 윤리관, 현실적 욕망 등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균씨는 사대부들이 누렸던 누정 생활의 풍류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전국에 있는 수많은 누정을 유람하고 있다. 청명한 달밤, 안개 낀 아침이나 눈비 오는 날에도 누정에 올라 옛 풍류객들의 마음자리를 찾아 서성이며, 누정을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철학이나 윤리관, 현실적 욕망을 읽어냈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했고,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관광부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재감정위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을 역임, 지금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문양대전 자문위원이자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전통문화에 담긴 의식과 철학을 고찰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 등 특히 전통과 관련된 책을 10 여 종을 발간했다.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를 작업하면서 한국 정원의 매력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냈던 이갑철은 이번 작업을 통해 허균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일본 사가미하라 아시아 사진가상(2003)과 이명동 사진상(2005) 등을 수상했으며, ‘거리의 양키들(1984)’, ‘타인의 땅(1988)’, ‘이갑철 사진전(2002)’, ‘충돌과 반동(2002)’, ‘이갑철 사진전-Face of Paris(2008)’ 등의 개인을 가졌다. 사진집으로 ‘ENERGY-기(氣)’, ‘충돌과 반동’, ‘이갑철 사진집-CAMERA WORK’ 등이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