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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백제시대의 정원 조경 기술은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익산 왕궁리유적(사적 제 408호)에 대한 2007년도 발굴조사결과, 백제시대 궁성 정원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조경시설을 확인하였다고 17일 밝혔다.

 익산 왕궁리유적은 백제 무왕(武王 600-641)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연차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동안의 조사에서는 대형 전각 건물지, 와적기단 건물지, 공동화장실, 공방 등 궁성내부의 공간 구획 및 활용 양상을 밝혀낼 수 있는 자료가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익산 왕궁성의 정원 관련 시설은 중앙에서 후원으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정원의 중심시설이 이미 2006년도에 확인되었는데, 이번에 이와 관련된 부속시설이 추가적으로 확인되어 백제 정원의 구성 및 조성 원리, 그 중에서도 수경관(水景觀)에서 보이는 배치 및 형태를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익산 왕궁성의 정원 관련 시설은 크게 중심시설과 주변시설로 구분된다.

 중심시설은 화려한 괴석과 강자갈돌로 장식된 중심부, 입·출수부로 이루어져있고, 주변시설은 정원 중심부로 물을 공급하고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석조시설(石槽施設) 및 ‘ㄱ’자형의 배수로, 집수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정원을 관람하기 위한 출입시설, 정각(亭閣) 건물도 확인됐다.

 익산 왕궁성의 정원 관련 시설에서 보이는 세부적인 특징은 3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동서석축4의 높낮이를 활용하여 장대석, 다양한 암질 및 형태의 괴석, 강자갈돌로 장식된 정원 중심부는 백제 조경기술의 자연친화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정원 중심부에 물을 받거나, 흘려보내는 등 그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괴석을 사용하고, 장대석과 괴석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지형 자체를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석축과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정원 중심부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형의 석조시설이 동서방향으로 길게 확인됐다.

 이와 연동하여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ㄱ’자형의 배수로와 장방형의 집수시설이 확인, 왕궁성의 정원에서 물의 진행방향 및 활용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지평이 열렸다.

 특히 대형의 석조시설은 단순하게 판석을 세워 짜고 물을 가둬 두는 역할 뿐만 아니라 주변을 괴석과 강자갈돌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미적 장식성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익산 왕궁성에서 확인된 정원 관련 시설은 백제인의 뛰어난 조경기술을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주 안압지, 파주 혜음원지 및 일본 고대 정원과의 비교 분석을 통하여 고대 동아시아 정원의 변화양상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향후 정원 관련 시설에 대한 보완조사, 궁성 건축물과 어우러지는 경관(景觀) 및 동서로 연결되는 석조 및 배수로 등 정원 관련 시설의 배치 방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연구와 함께 북편 구릉에서 우물 혹은 집수정과 같은 정원의 수원(水源)에 대한 확인 조사가 이루어지면 백제 정원의 원형을 규명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