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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쉽죠

등대가 문화재가 된 사연

 

 

 

 

                      <사진은 가거도 등대, 목포구 등대, 소매물도 등대섬, 어청도 등대>

 

항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한낮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 도시의 색다른 매력은 밤이 되어 하나 둘 전구가 켜질 때마다 환한 속살을 드러내며 살아난다.
 수없이 많은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과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의 조형미, 그리고 바다가 빚은 유려한 해안선 등이 어우러지며 낮과는 또 다른 고혹적인 세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내륙을 휘돌아 거침없이 달려온 불빛이 바다와 부딪치며 화려한 불꽃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항구 불빛과 저 멀리로 등대 불빛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깜빡거리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바다, 홀로 뱃길 밝혀온 등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변신이 무죄임을 입증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림자요 푯대가 된다. 자신을 태워 어둠을 불사른다.

 문화재청은 지난 14일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의 검토를 거쳐 서해의 대표적인 등대 3건을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 예고되는 등대는 100여 년 동안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위에 한 줄기 빛으로 뱃길을 열어주어 왔던 군산 어청도 등대, 신안 가거도 등대, 해남 구 목포구 등대이다.

 군산 어청도 등대는 1912년에 축조되어 현재까지도 초기 등대의 원형을 잘 유지한 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수은의 비중을 이용하여 등명기를 수은 위에 뜨게 하여 회전을 시키는 ‘중추식등명기’의 흔적과 그 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상부 홍색의 등롱(燈籠)과 하얀 페인트를 칠한 등탑, 그리고 돌담과 조화된 자태는 신성함까지도 느껴지게 한다.
 해질녘 석양과 바다와 등대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우리나라 최 서남단의 섬에 자리한 전남 신안의 가거도 등대는 1907년에 축조, 1935년 유인 등대로 증축한 등대다.
 대한제국 시기의 정형적인 모습의 등대에서 전면 출입구와 원뿔꼴의 등롱, 그리고 등탑 내부의 직선형 계단으로 변화된 모습과 함께 등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 양상 등 등대건축의 한 변천사를 보여준다.

 1908년에 축조된 전남 해남의 구 목포구 등대는 대한제국기의 대표적인 등대다. 목포와 서남해 다도해를 배경으로 살아온 뱃사람, 섬사람들에게 육지의 관문인 목포구(木浦口)의 이정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목포구 등대는 후에 지어지게 되는 우리나라 등대의 기본적인 전형이 되는 등대로, 전체적인 비례가 조화되어 아름다운 외형을 갖고 있다.
 당시의 원형으로 거푸집을 짜서 시공하는 콘크리트 축조 기술 수준을 잘 나타내 주는 등 전통과 근대의 변혁기 근대 건축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1.간추려본 등대의 역사

 

 세계 최초의 등대는 기원전 280년에 지중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항구 입구 근처에 있는 파로스라는 작은 섬에 세워진 파로스등대이지만 두 번의 지진으로 파괴됐다.
 우리나라는 1903년 인천 팔미도에 최초의 근대식 등대가 세워진 이래 현재 41개소의 유인 등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첨단산업기술의 발달, 첨단항법 개발로 등대의 기능이 보강·확대되는 추세로 각종 장비의 설치를 위하여 보다 큰 규모의 등대로 증.개축함에 따라 오래된 등대가 계속해서 없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은 “해양수산부의 협조를 받아 올해 6월부터 등대 유적 조사를 추진하여 우선 서해의 대표적인 등대 3개소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고, 내년에는 남해와 동해에 있는 등대를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2.소매물도 등대섬은 명승
 
 경남 통영시 한산읍 매죽리의 소매물도 등대섬은 2006년 8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8호로 지정됐다.
 소매물도 등대섬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따라 암석들이 갈라지고 쪼개어진 수평.수직절리들로 기하학적 형상을 이루는 암석 경관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해식애(절벽), 해식동굴 등이 곳곳에 발달하여 해안 지형 경관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섬 전체의 아름다운 초지경관, 푸른 바다와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섬의 해안 절벽 위로는 하얀 등대가 서 있어 등대섬이라 불리우고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하얀 등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해안은 하루 두 번 썰물 때가 되면 길이 열리고 있다. ‘모세의 바닷길’을 연상케 하여 등대섬을 찾는 재미를 쏠쏠하게 더해주고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