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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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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 사람과 길 가는 사람 통영의 소 매물도와 대 매물도, 그리고 비진도를 다녀왔다.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의 그 아름다운 섬들과 푸르고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길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문득 그리울 것 같다. 대 매물도의 장군봉에 올라가 나지막하게 펼쳐진 소 매물도를 바라보다가 이준태 형이 내..
잘 노닌다는 것은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나더러 어쩌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매일 바쁘죠?” 그때마다 나는 “아닙니다.” 잘 놀고 있습니다.“ 말한다. 말 그대로 잘 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나는 잘 노닐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 열자列子는 노닐기를 좋아했다. 그의 스승인 호구자壺..
아름다운 사기꾼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엔 묘지로 간다.” 러시아 속담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되새겨보면 아릿한 비애悲哀가 묻어나는 이야기다. 그래서 “내일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늦다.“ 는 부처의 말씀을 가슴 안에 새기고 살지만, 자꾸만 오늘보다 내일에 의존하는 것..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데 “공자가 진陳과 채菜나라에 포위되었을 때 일주일간을 굶고 지냈다. 대공大公 임任이 위로하러 가서 “선생님 이제 돌아가시게 되었군요?” 하니 “그렇네.” 라고 대답하였다. “죽음이 두렵습니까?” 하고 임대공이 묻자, “그렇네.” 하고 공자가 대답하였다. 공자의 대답을 들은 임..
세상을 사는 지혜 “세상사 모든 일은 중용中庸이 제일, 뜬 구름 같은 인생을 통해 그 맛을 보니 참 이상도 하다. 이 ‘중용’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네. 중용의 기쁨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으리. 인생의 절반 길은 인생의 꽃 서두르고 덤비지 않아 마음도 편하네. 천지지간은 넓은 것, 도시와 시골 중간..
그 마음마저 놓아버릴 때 안개 자욱한 서산시의 아라메길을 걸었다. 가로림만 건너편에 자리 잡은 태안을 바라보며 걷던 길, 끝없이 펼쳐진 뻘 밭과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던 작은 섬들, 나도 작은 섬이 되고 싶었다. 양길리에서 호리 항에 이르고 다시 구도항까지 이어지던 길, 그 길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 신우선..
내 사주팔자를 들여다보니, 길을 가다가 문득 철학원이 보여서 들어갔다. 중년 여성이 운영하는 철학원에서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알려주었다. “이 세상에서 왜 살고 있지?” 그는 나를 보고 내 사주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런 사주 처음 보네.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서 외롭게 살아야 할 사람이야. 돈을 벌..
어느 때 술을 마시는 술이 가장 편안한가? 위왕은 몹시 기뻐 후궁에 주연을 준비하여 순우곤을 불러 술을 내려주며 이렇게 물었다. “선생은 어느 정도 마셔야만 취하시오?” 순우곤이 대답했다. “신은 한 말을 한 말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위왕이 말했다. “선생이 한 말을 마시고 취한다면 어떻게 한 섬을 마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