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군산 옥도면 십이동파도선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고(古)선박 최초로 뱃머리 구조물(이물비우)과 닻줄, 닻돌이 발견됐다. 닻돌은 전통 선박에서 목제닻과 묶거나 그 자체를 닻으로 사용한 돌을 말한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서해중부해역에서 건져 올린 전통 선박의 닻돌 154점을 종합적으로 분석·연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닻돌은 대형 석재로 무겁고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어 청자 등 다른 유물에 비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닻돌이 확인된 지점, 크기와 무게, 채석 산지, 사용연대 등을 분석하여 선박의 규모와 출항 시기, 위치, 항로 등을 추정해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2004년 5월 10일부터 6월 3일까지 십이동파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을 해체 인양했다. 선체에서는 청자수저받침 등 도자기 2,184점도 추가 발굴됐다. 11세기 전남 강진, 해남 등의 청자 산지와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을 오가던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이 배는 소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길이 7m, 폭 2.5m 크기다. 수심 17m 아래 개흙 속에 진공 상태로 파묻혀 있어 부식이 더뎠던 이 배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이물비우 3편과 굵은 칡으로 여러 겹 꼬아 만든 닻줄, 닻줄에 매다는 127cm 길이의 닻돌이 발견됐다. 이물비우는 유선형이 아닌 네모 상자 모양의 한선(韓船) 앞머리 부분 판자로 그동안 도면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왔다. 또 닻줄이 짚이 아닌 칡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학계의 추정도 이번 발굴로 사실임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시대 배에는 1983년 인양된 완도선(12세기 초)과 95년 인양된 목포 달리도선(14세기), 최근 나주 영산강변에서 인양된 나주선(고려 초기) 등이 있다.
2008년 주꾸미 발판에 청자가 붙은 채로 발견돼 ‘주꾸미가 건져 올린 청자’가 나온 곳으로 유명한 태안 대섬에서 2점, 태안 마도에서 141점, 태안 당암포와 꽃섬에서 각 1점, 인천 옹진 섬엄벌에서 9점 등 서해중부해역 수중발굴에서 지금까지 154점의 닻돌이 발견됐으며, 아직도 바다 속에 훨씬 더 많은 닻돌이 잠들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에는 닻돌에 대한 형태학적 조사, 비파괴 보존상태 진단, 함께 발견된 유기질 유물의 연대분석 등 다양한 분석과정을 통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연구결과가 담겨져 있다. 닻돌과 함께 발견된 목제 닻과 초본 밧줄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분석 결과, 서해중부해역에서 발견된 닻돌들은 기원전 2세기부터 삼국시대, 고려~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기의 것으로 확인되는 등의 연구 성과도 포함되어 있다. 초본은 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 식물을 말한다.
이밖에 첨단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닻돌의 비파괴 손상진단 등 보존과학적 조사 결과뿐 아니라 암석의 재질특성 분석, 닻돌제작 재현실험을 통한 제작기법 확인, 형태에 따른 닻돌의 사용방법 고찰 등 다양한 연구결과도 함께 수록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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