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념사업회 류영규 이사장 별세
2003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연극 '상봉'에서 주인공 엄인봉 역을 맡은 배우 류영규 씨
그의 바람은 “미력한 힘이 있을 때까지 무대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우는 무대에서 죽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스승 박동화의 한 마디를 가슴에 안고 살았던 연극인 류영규(1954∼2021·동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숱한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연극의 막은 늘 올라갔습니다. ‘그럼에도 막은 오른다.’ 하는 겁니다. 전북의 연극은 실력 있는 선배들과 대견한 후배들이 많습니다. 저에게 더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할 겁니다. 그 사람들 속에서 좋은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옥구 출신인 그는 서울드라마센터 예술학교(현 서울예대)를 졸업, 1973년 극단 창작극회와 인연을 맺으며 전북 연극사를 고스란히 지켜봤습니다. 무대의 깊은 맛을 알게 해 준 스승과의 인연도 그때부터였습니다. 그 인연은 간절하게 이어져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마다 ‘박동화’를 습관적으로 꺼내게 했고, 전주채련공원에 박동화 동상을 설립하고, 박동화연극상을 제정하는 일도 중심에 서게 했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는 제17대 전북연극협회장을 지내며 중국 강소성과 자매결연했고, 전북청소년연극제 창립, 월간 전북연극 발간, 지역 소극장 살리기 운동, 메세나 세미나 등 꽤 굵직한 사업도 일궈냈습니다.
그가 2년여의 투병 끝에 11월 20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생 “연극은 삶, 그 자체”라며 연극을 삶으로, 삶을 연극으로 알았던 배우 류영규. 언제나 여유 있던 그의 웃음을 이제 볼 수 없지만, 그의 이름은 전라북도 연극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하늘 무대를 찾아 나선 고인의 발걸음이 한없이 가볍기를, 호탕한 웃음도 그대로이기를 기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기우(극작가)
기고 입력 2021-11-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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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3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연극 '상봉'에서 주인공 엄인봉 역을 맡은 배우 류영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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