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의 역사와 정신을 담았어요”
전주 마당창극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극본을 쓴 정선옥 작가는 오랫동안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 콘텐츠의 가치는 오래된 전승의 힘이며 저력이다. 모든 이야기의 파생이 원천 스토리에서 비롯되는 까닭에 원천 스토리의 보고인 지역의 콘텐츠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는가.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는 오랫동안 창극이라든지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덕분에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완주군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창작창극인 ‘선녀와 나무꾼’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완주군에 있는 지역 스토리를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신콩쥐팥쥐뎐, 여시코빼기, 아홉 번 사는 고양이, 내 소리 받아 가거라, 화암우화전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모두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문예회관연합회 기획공연 공모에 선정되어 국비의 지원을 받아 제작 발표된 작품이다.
그후 전북도립국악원의 창작창극인 ‘배비장전’ 대본을 썼고 뺑파전을 각색한 ‘호랭이가 답싹 물어갈 뺑파야’, 전주문화재단 마당창극인 ‘변사또 생일잔치’, 김제의 벽골제 스토리를 스토리텔링한 ‘쪽빛 사랑 단야 아가씨’란 대본을 썼다. 작가는 이렇게 희곡작가로 활동하면서 2020년에는 김해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창작희곡 전국 공모전에서 2,000만원의 상금을 받는 작가가 됐다. 이때 만든 작품이 창작뮤지컬 ‘불의 전설’이다. 김해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한 작가는 이번 2023년 전주문화재단 주최 마당창극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란 작품의 대본을 썼다. 2020년 ‘변사또 생일잔치’란 작품에 이어 마당창극의 두 번째 참여 작가다.‘변사또 생일잔치’는 심청전을 비틀어서 변사또의 입장에서 새롭게 풀어 쓴 작품이다. 변사또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바 있다. 이번에 쓴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기’는 기존의 작품을 새롭게 쓴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이야기를 새롭게 쓴 마당창극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은 지난달 27일부터 10월 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문화관 전통혼례청에서 전주 브랜드공연(마당창극)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를 선보인다.
작가는 "더군다나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는 전주의 명물인 전라감영과 선자청, 그리고 한벽루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전주의 참다운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전라감사의 성격을 오만방자하다고 설정하였는데, 오만방자 안하무인의 성격 이유를 본질적인 성격의 결여가 아닌, 삶에서 시서와 풍류를 잊고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출세를 위해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린다. 세상의 성공만이 인생의 목표이고 성공의 그 다음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 이에 오만방자한 전라감사가 시와 풍류를 아는 계월을 만남으로써 인생의 낭만을 깨닫는 가운데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시와 풍류를 아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그 시와 풍류를 아는 도시가 바로 전주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전주는 문향의 향기가 있고 예향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오프닝에는 '아름다운 시인들이 전주8경 노래하니 문향 가득히 향기롭고 한벽루에 바람 일어 흥의 기쁨 넘치니 꽃이 피네 예향이로다' 라는 노랫말이 담겨 있다. 전주만이 가질 수 있는 문향과 예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작가는 전라감영과 선자청, 전주부채, 한벽당을 작품 속에 어떻게 넣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가는 "캐릭터의 탄생을 위해 전라감사와 관리들, 기녀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가는 자료조사를 위해 특히 이종근작가의 '전라감영 600년 오디오세이' 책과 기사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좋은 자료가 있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참 든든한 기반이어서 좋았다고 한다.
마당창극은 연출과 안무, 작곡이 적절하게 잘 스며들어 표현될 때 최상의 완성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의 오진욱 연출, 배승현 안무가, 홍정의 작곡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관객들을 사로잡을 요소를 가득 채워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에 더해서 전주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준비했고 전주의 브랜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크니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작가는 설렘을 전했다.
"앞으로도 전북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새롭게 깨어나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작가는 이번엔 순창의‘설공찬전’을 기반으로 한 웹소설 ‘전생 전달자’ 연재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스토리가 세계적으로 우뚝 서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작가의 '선녀와 나무꾼'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기획공연 대본에 선정됐으며,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공연ㅇ르 가졌으며, '불의 전설'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됐다. '다독다독 독서퍼즐', '여시코빼기 언덕을 넘어서 예술의 마을로 들어서다' 등을 펴냈으며, '슈엔'은 대한민국공무원문예대전 희곡부문에 특선을 받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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