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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민족문화

한국의 다리

'한국의 미' (2) 다리

세월의 강을 건너온 이야기가 내게 말을 겁니다. 

인류의 삶은 길을 따라 통하고, 그 길에는 다리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생활환경이 되는 모든 존재에 문화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이어 물류와 사람을 통하게 해주는 다리도 단순한 물질 이상입니다.

 문명의 구조물에 지나지 않던 수많은 다리에 이야기라는 문화의 발걸음이 더해지면서, 우리 곁에 살아있는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간직한 경주의 문천교,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을 이어준 남원의 오작교, 임금이 계시는 곳과 속인이 사는 곳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는 궁궐과 왕릉의 금천교, 승계와 속계의 경계가 되는 순천의 승선교,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이어주는 강경의 미내다리, 세종의 효심으로 만들기 시작한 살곶이다리, 고려 멸망의 사연을 남긴 개성의 선죽교와 좌견교, 단종의 설움을 달래기 위한 주천의 섶다리....’

 남녀의 사랑을 잇는 다리는 춘향의 사랑이 서려 있는 오작교요. 세상과 세상을 잇는 다리는 승계와 속계를 잇고 나누는 승선교, 왕이 계신 곳을 지키는 궁궐의 금천교, 서울의 치수를 위한 다리, 수표교입니다.

 또,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는 고산 윤선도와 보길도 굴뚝다리, 700년을 견뎌온 함평 고막천 돌다리요, 부모와 자식을 잇는 다리는 다리 밑에서 아이를 주워 왔다는 청다리, 세종과 성종의 효심이 서려 있는 살곶이다리, 정조의 효심이 서려 있는 만안교입니다.

 고려의 운명을 바꾼 좌견교와 선죽교, 축제로 부활한 주천의 쌍섶다리, 우주의 모양을 본뜬 진천의 농다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의 대명사입니다.

무섬 외나다리, 진천 농다리, 부산 영도대교, 김제 새창이다리, 예산 삽교 섶다리 등 다리를 중심으로 한 축제와 행사를 통해 추억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눈 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의 긴 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왜 젊은 날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노랫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지난날의 눈부시도록 하얀 사랑 앞에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금, 청아한 소리로 공명되고 있는 시냇물 저 만치, 징검다리 사이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징검다리는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 걸을 때 사람이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나요.

과거의 징검다리는 물 속에서 놀다가 지치거나 추워지면 그 위에 나란히 걸터 앉아, 수박 서리를 모의하기도 했으며, 또 도깨비와 만나는 장소 등 짜릿한 추억이 깃들었습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에 단련된 징검다리는 검게 빛났으며 햇볕을 온 몸으로 받아 무척 따뜻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지금의 징검다리는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니 상전벽해인가요, 벽해상전인가요.

요즘의 하천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생태공간인 동시에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한 징검다리를 비롯, '물고기들의 어소'인 고기가 하면 하천의 수량 변화에 대응, 돌출되는 징검다리의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자동 블록도 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디딤돌’ 같은 배려가 어우러지면서 생생이 꽃피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것이면서도 그 문화적 의미와 가치에는 소홀했던 다리들을 여러분 곁으로 인도해 주리라.

끈과 끈을 서로 이어주던 징검다리가 한 없이 그리울 때는 전북 임실 김용택시인의 고향 진뫼마을을 자주 찾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창변이 올 때면, 징검다리, 무지개다리, 섶다리 등을 건너면서 잊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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