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자연을 품다(回歸自然 = 회귀자연)'를 주제로 오는 11월 6일부터 12월 5일까지 30일간 개최된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도내 14개 시ㆍ군 31개소에서 ▲ 개막 ▲ 전시 ▲ 학술대회 등 6개 부문 37개(2,900여명 참가) 행사로 서예의 본질을 잃지 않는 가운데 시대성 및 서가의 개성이 배가돼 시공을 넘나드는 공감과 공명이 있는 행사로 추진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을 추구하며, 다양한 장르와의 융복합을 통하여 서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와 예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오늘날 문화자산은 무한한 가능성과 고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에 전북도는 고유의 문화자산이자 동아시아만의 독특한 문화인 서예의 바람을 일으켜 전 세계와 소통하며 서예발전의 중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세계서예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 서예는 김제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재 송일중(1632∼1717),석정 이정직(1841∼1916), 벽하 조주승(1854∼1903), 유재 송기면(1882∼1959), 설송 최규상(1891∼1956), 강암 송성용(1913∼1999) 등 서예가들이 김제에 근간을 두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창암 이삼만(1770∼1847), 석당 고재봉(1913∼1966), 석전 황욱(1898∼1993), 남정 최정균(1924∼2001), 여산 권갑석(1924-2008) 등은 전북 출신이다.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추노’의 근거가 됐던 문헌이 있다. 순흥안씨 사제당 가문에서 기탁한 고문헌 중에 노비를 찾아달라는 민원을 담은 문서가 있었던 것. 1460년 당시 순흥안씨가에서 전라도관찰사에게 전달한 문서였다. 순흥안씨 가문은 1519년 기묘사화 직전까지 남원의 대표적인 양반가문이었다. 기묘사화를 겪으며 정계에서 그 세력이 줄어들었다. 조선 정계를 피바람으로 뒤흔들던 격변의 시대에 조광조, 김정 등 사림파의 대표적인 기묘명현(己卯名賢) 24명의 글을 담은 ‘기묘제현수첩’도 순흥안씨 가문이 기탁한 고문헌으로 보물 제1198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다음달 18일까지 남원 순흥안씨 사제당(思齊堂) 종중이 2010년 기탁한 기묘명현의 시와 편지를 모은 ‘기묘제현수필’(보물 제1197호)과 ‘기묘제현수첩’(보물 제1198호)을 중심으로 2020년 장서각 특별전 ‘기묘명현의 꿈과 우정, 그리고 기억’을 갖는다.
죽봉 고용집(高用輯 1672-1735)은 임피현령을 역임한 조선 후기 시서화(詩書畵)의 대가인 창강(滄江) 조속(趙涑, 1595~1668)을 임피현으로 유배왔던 자암 김구 등의 사당에 함께 배향해 줄 것을 상소했다. 애호벽을 지녔던 인물로는 조속은 학식이 넓고 우아하며 옛것을 좋아한 ‘박아기고(博雅嗜古)’의 문사인 그는 1630년대를 전후로 최치원과 김생을 비롯 우리나라 명필 87명의 금석문을 상당량 모아 모두 4권의 ‘금석청완첩(金石淸玩帖)’을 선구적으로 만들어 놓고 완상하느라 종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일찍부터 습자벽(習字癖)이 있어 ‘기묘제현첩(己卯諸賢帖)’을 비롯 명현들의 문장과 필적 등을 임서(臨書)하는 등 좋아하는 것이 독실하고 깊었다.‘창강 조씨 어른신들은 물건에 대해 좋아하는 게 없는데 오직 유문(遺文)과 문헌 만큼은 남김없이 망라하여 갖고 있다. 때론 글 때문이고, 때론 필적 때문이며, 때론 그 사람 때문이고, 때론 그것이 오래되어 희귀하기 때문이다. 이른 바 ‘기묘첩(己卯帖)’이라는 것은 이 모두를 겸했다고 이를 만하다.(...) 조씨 어르신은 일찌감치 서예에 몰두했던 바, 마침내 그 첩을 임서했을 때 지현의 글씨가 처음부터 마음에 합치되지 않음이 없었다. 비록 서예의 오묘함일지라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돈독하고 깊었기 때문에 이처럼 제현의 심획(心劃)을 각각 얻었다’ 이는 송시열의 『송자대전』 권146에 ‘창강조장임기묘제현첩발(滄江趙丈臨己卯諸賢帖跋)’에 나온다. 그는 기묘제현 필첩을 임서해 ‘기묘제현첩’을 만들었다. 송시열은 그의 기묘제현첩은 글이 뛰어나고, 글씨가 뛰어나고, 그 사람이 뛰어나고, 그것이 오래되어 희귀하다는고 했다. 이 임서본은 전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송시열이 열람한 조속 임서본 ‘기묘제현첩’에는 김인후의 서문이 첫머리에 수록됐었다고 한다. 그는 임피현령을 지냈고, 김제군수로 일하던 때는 김제 송일중의 스승으로, 전북서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하지만 그의 기록과 함께 연구가 드물어 참으로 아쉽다.
김제시는 사라져가는 서예 역사를 보존하고,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김제서예문화전시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김제 성산 및 향교 일원으로 규모는 지상 2층, 건축 연면적 2,000㎡로 현대식 전시실과 수장고, 강의실 등을 갖추게 된다. 2024년에 완공을 목표로 유물 수집, 자체 용역, 공청회 및 학술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흔히 서예는 전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진부하다는 느끼지만, 서예가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것은 쓴 사람의 생각을 글씨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전북 서단을 이끈 서예가들을 배출한 김제시가 서예문화 부흥의 큰 바람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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