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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전북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무주 무풍 둠벙을 찾아가보니

하늘이 참으로 야속하다. 연일 푹푹 찌는 무더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북 동북부 지역에서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찌는 듯한 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찜통 더위에 숨쉬기초차 버겁다. 오늘(24일)은 전북에서 가장 높은 무주 무풍의 둠벙을 만나러 가고 있다. 조선 후기 참위설과 풍수지리설을 신봉하던 술가(術家)들의 말에 의하면, 무풍은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이다. 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은 임진왜란 이전에 나온 것으로, 임진왜란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풍으로 찾아와 난리를 피하고 정착하기도 했다. 즉 무풍은 술가들이 복지(卜地)로 선망하던 곳이다.
이윽고 무주군 무풍면 덕지리 150~1(도마1길 91~7) 위에 고도 709미터를 나타내는 둠벙에 섰다. 저수 면적 124.7㎡(둑포함 183.5㎡)로, 바로 이곳에선 참붕어 등 수생식물이 살고 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이 온 세상을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비추고 있다. 파란 하늘색은 영혼마냥 순수하다. 바로 그 하늘이 둠벙에 바로 내려앉았다. 둠벙 바로 옆 농부는 집에 없었다. 둠벙 옆 사과밭엔 아낙네가 분주히 일을 하고 있다. “어쩐 일이냐”고 묻길래 “둠벙을 구경왔다”고 했다. 하늘담은 둠벙 아래로 하늘닮은 당신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켠 채 초조하게 백신 주사를 맞을 날을 손꼽아 가다리고 있으리라.
전북농업기술원이 지난 3월 펴낸 전북 도내 농경지내 ‘둠벙’ 현황에 따르면 1,287개소의 소재를 확인했으며, 100개 이상 둠벙이 분포된 시·군은 고창군 284개소, 부안군 196개소, 남원시 187개소, 김제시 177개소, 순창군 100개소로 파악됐으며, 무주군은 28개소로 기록됐다.
최근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둠벙의 물 저장 능력과 생물다양성 보고 역할을 수행함이 알려지면서 농업 농촌의 중요한 환경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지만 무주 무풍의 이곳처럼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평지보다 수리시설이 크게 부족했던 무주 등 산간지역에서는 둠벙의 역할이 더욱 컸다. 그리고 둠벙은 항상 물이 고여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비상용수 저장고의 기능뿐만 아니라 수생동물들의 피난처와 서식처로도 중요한 기능을 했다. 197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관계 수로를 조성, 농업용수 부족이 해소돼 이미 조성된 둠벙을 농토로 전환되면서 상당수가 사라졌다가 농업생태계의 생물들에 대한 학술적 의미가 커지면서 둠벙에 대한 생태학적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때마침 ‘둠벙’의 생태학적 의미를 알리는 ‘무주의 둠벙 속 생물 특 별전’이 무주 곤충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어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무주군은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12일까지 곤충박물관 내 로비에서 ‘무주의 둠벙 속 생물 특별전(작은 생물들의 큰 이야기)’을 열고, 둠벙 속 생물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둠벙 속 생물로 다슬기를 비롯, 참붕어, 물달팽이, 우렁이, 물자라, 왕잠자리, 새뱅이, 줄새우 등이 전시돼 있다. 무주군 무풍면 덕지리 150~1(도마1길 91~7)의 둠벙에서 잡아온 참붕어가 자맥질을 거듭하고 있다.
시설사업소 직원 위성씨는 “무주군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설명 패널, 시청각 자료 및 전시 수조를 설치했다”면서 “또 둠벙의 실제모습 등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해 전시효과를 높였다”고 했다. 체험과 교육이 있는 곤충박물관 운영으로 관람객의 만족도 증가와 대외 인지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기대 효과도 있다고 한다. 시설사업소 반디휴양팀 김도환 팀장도 “전시회를 통해 사라져가는 둠벙의 역할과 효과를 관람객들에게 알리고 체험과 교육 등으로 청소년들에게 큰 교육적 효과를 주는 것이 취지다”면서 “하계 성수기와 반딧불 축제 기간 동안 특별전을 운영함으로써 곤충박물관과 무주 자연생태계의 다양성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곳의 상당수의 자료는 전북도 농업기술원이 제공했다는 내용의 글귀가 곳곳에 보인다. 전북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최선우박사는 “디지털 정보로 전환한 도내 둠벙 현황 자료는 농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분석을 위한 지점 선정, 농촌환경보전프로그램 적용과 경관농업 교육의 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우리지역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는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랬는데 무주군에서 이처럼 전시회를 갖게 돼 크나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위성씨의 안내로 2층의 수족관으로 옮겨 색다른 구경을 하면서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